최근 여론조사 정당지지도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안팎에서 앞서거나 양당이 서로 비슷하다는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계엄사태 후 야당이 여당을 크게 앞질렀던 것을 고려하면 반전 추세다. 차기 대선지지도 조사에선 여전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 독주체제다. 지지율 상승세에 고무된 여권에선 계엄과 서부지법 폭동세력에 대한 옹호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고 일부 유력인사는 사실상의 조기 대선출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야당에선 여론조사 자체의 검증과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했고, ‘비(非)이재명계’에선 이 대표를 견제하는 발언이 연이어 나왔다. 이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웃을 수 없는 설 명절인데 정치권 행태를 보니 한숨만 나온다. 경제와 민생은 지표로도, 실제도 계엄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 이하 계엄세력은 수사와 체포, 재판 과정에서 반성 없이 뻔뻔한 언행으로 일관해 국민 억장을 무너뜨리고 있다. 새로 들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우리 경제와 외교·안보에도 가히 폭탄이 될, 전례없는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정과 경제회복에 온힘을 다해도 나라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울 판에 여야는 벌써 대선판을 깔고 ‘지지율 놀음’에 빠진 꼴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 체포를 두고 “사실상의 사법 쿠데타”라고 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서부지법 폭동사태에 대해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찰이 과잉대응했다는 요지의 주장을 폈다. 이 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내란 소요 세력을 옹호하고 지원하고 있다”며 “국정 운영이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했고 박찬대 원내대표는 “인내심을 시험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최 대행도 탄핵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최근 최 대행은 추가경정예산 필요성을 시사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가급적 빨랐으면 한다”고 했는데, 여당은 예산 조기집행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추경에 더해 전국민 보편지원금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가 경제·민생정책조차 정쟁화하며 최 대행체제를 흔들고 있는 양상이다.
여론조사는 민심풍향계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도 배가 멀쩡할 때 얘기다. 좌표와 목적지를 잃고 침몰 위기인데 바람만 읽는다고 될 일인가. 더구나 ‘명태균 사태’로 여론조사와 정치권이 서로 기생하는 악성 생태계 구조도 드러난 마당이 아닌가. 지지율만 보는 정치는 사회 분열과 정치 극단화, 포퓰리즘의 숙주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