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뱀의 해인 을사년(乙巳年)은 지혜와 변화의 상징인 청사(靑蛇)의 해라고도 합니다. 뱀은 오래전부터 교활하고 사악한 이미지가 강하지만, 동시에 치유의 능력을 지닌 지혜롭고 상서로운 동물로도 인식됐습니다. 우리의 전통과 문화에서는 뱀의 긍정적인 상징성이 중시됐고 특히 올해는 ‘지혜와 변화’라는 청사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경제는 버티기 쉽지 않은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1%대에 머물고 있고,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국가 기간 산업의 경쟁력 또한 낮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불안에 따른 해외 투자 자금의 이탈 등 대외 환경의 악화로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합니다. 특히,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고, 부동산 가계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 불안은 우리나라의 수출과 내수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기업과 가계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가계부채 점검 회의 등 다각적인 정책적 대응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024년 11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총 5조1000억원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전월 대비 증가폭은 축소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폭은 이전의 5조5000억원보다 감소한 4조1000억원으로 나타났고, 은행권의 주담대 증가폭도 지속적으로 축소됐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13일부터 금융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해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방안도 시행했습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실비용 범위 내에서만 부과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인 대출 조건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소법상 원칙적으로 부과가 금지되나 소비자가 대출일부터 3년 이내 상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부과할 수 있습니다. 특히, 중도상환수수료의 인하는 대출금 상환을 유도하거나 상환 비용을 감소시켜 가계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금융당국도 이번 제도개선으로 금융소비자가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과된 중도상환수수료율이 대폭 감소해 국민들이 유리한 대출로 갈아타거나 대출금을 조기에 갚아나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가계의 재정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2025년 푸른 뱀의 해는 한국 경제에 있어서도 도전과 기회의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감독 당국이 위기 가운데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 그리고 추진력도 요구됩니다. 가계 부채문제 해소를 위해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지역 서민 및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공급 확대 등 균형 있는 정책 등을 적극 발굴, 개선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풍전등화의 위기를 극복해 왔듯, 최근의 대내외적 난관도 뱀의 지혜로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 그 과정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