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정책 보류에 美 3대지수 상승
AI·우주산업 관련주 일제히 치솟아
친환경 의무화 폐지에 테슬라 주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그려진 100달러 지폐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한 거래 화면 위에 붙여진 모습 [AP]](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1/22/rcv.YNA.20250122.PAP20250122011701009_P1.jpg)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거래일, 세계 증시가 그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됐다. 예상과 달리 온건했던 관세정책 관련 발언에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도했다. 하지만, 행정명령에 따라 일부 종목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21일(현지시간) ‘관세전쟁’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뉴욕 증시는 강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7.98포인트(1.24%) 오른 4만4025.8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2.58포인트(0.88%) 오른 6049.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6.58포인트(0.64%) 오른 1만9756.78에 각각 마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여러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도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우리는 중국이 펜타닐(좀비 마약)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대(對)중국 관세 부과 시점에 “아마도 2월 1일”이라고 언급했다. 여전히 정책 불확실성은 지워지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 각서를 통해 연방정부 각 부처에 4월 1일까지 통상정책 재검토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해 관세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첫날 투자 심리를 강화한 것으로 전문가들이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대형 기술주는 대체적으로 상승 마감이지만 혼조세를 보였다.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 7곳인 매그니피센트7(M7)중에서 엔비디아(2.27%)와 알파벳(1.05%), 아마존(2.11%), 메타(0.6%)는 상승, 애플(-3.19%)과 마이크로소프트(-0.12%), 테슬라(-0.57%) 등은 하락 마감했다. 무엇보다 이날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곧바로 요동쳤다. 먼저 그가 인공지능(AI) 규제 강화 철회에 서명하자 AI 관련주는 일제히 급등했다.
이에 더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일본 소프트뱅크, 미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합작회사인 ‘스타게이트’ 출범을 예고한 후 트럼프 대통령 또한 “역사상 가장 큰 AI 인프라 프로젝트”라며 AI 인프라에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자 AI 관련주에겐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중 “미국 우주비행사들을 화성에 보내 그곳에 성조기를 꽂겠다”며 화성개척을 언급하자 우주 산업 관련주도 급등했다. 로켓랩은 7.27달러(30.29%) 폭등한 31.27달러, 인투이티브 머신은 4.43달러(23.93%) 폭등한 22.94달러로 치솟았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비상장 우주기업 스페이스X에 투자하는 상장펀드 ‘데스티니 테크100’ 또한 8.4% 올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파리 기후 협정을 탈퇴하고 미국 내 석유·천연가스 증산을 예고, 바이든 전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 종료 선언을 하자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과 함께 오랜 기간 트럼프 수혜주로 꼽혀온 ‘테슬라’도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에 주춤했다. 테슬라는 이날 장중 2% 넘게 하락하다 0.57% 하락한 424.07달러로 마감했다. 또 다른 전기차 업체 리비안·루시드도 6%대로 미끄러졌다.
해당 정책은 국내 기업 주가에도 곧장 영향을 줬다. LG에너지솔루션(-4.32%), 포스코퓨처엠(-9.88%), 엘앤에프(-5.68%), LG화학(-4.75%) 등 이차전지 기업이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 취임 첫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02포인트(0.08%) 내린 2518.0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행보에 주목하며 등락을 거듭하다 2510대에서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업종별 일희일비와 금융시장 등락은 불가피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 과도했던 불안심리가 진정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통상, 관세 등 경제 또는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책 시행 속도와 강도는 당초 우려보다는 완화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