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충격의 규모를 수치로 환산하면 6조3010억원에 달한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줄어들고, 그만큼 지난해 4분기와 올해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계량하기 어려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을 고려하면 계엄이 몰고온 실제 직·간접 충격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정치 불확실성이 초래한 혹독한 대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한은은 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 때문에 올해 성장률이 약 0.2%포인트(p)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으나, 현재는 이 수치가 1.6~1.7%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달 25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종전 전망치보다 0.2~0.3%p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며, 이 중 약 0.2%p가 계엄 여파 때문이라는 게 한은 판단이다. 올해 성장률을 1.9%로 가정한 실질 GDP는 2335조4370억원인데, 이보다 0.2%p 낮은 1.7%에서 실질 GDP는 2330조8530억원으로 4조5840억원 줄게 된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4분기 GDP도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한은은 조만간 발표하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0.5%의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0.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연간 실질 GDP는 4분기 성장률을 0.5%로 가정하면 2291조8910억원, 0.2%로 가정하면 2290조1740억원으로 1조7170억원 차이가 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을 고려한 GDP 감소분을 모두 더하면 6조301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한 대 2800만원 가량 하는 현대차 소나타를 22만5000여대 더 팔아야 메울 수 있는 규모다.
해외 투자은행인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가 3월 중순께 탄핵을 인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5%로 낮췄다. 정치 불확실성이 이때까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전망치 추가하향도 가능하다는 경고다. 조기 대선을 둘러싼 여야의 무한 충돌에 경제가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