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적우세 중국에 미 해군 패배 초래” 분석
‘패권유지’ 트럼프 해군력 재건 최우선 목표
선박 건조 ‘글로벌 2위’ 한국 최적의 파트너
함정의 유지·보수·정비부터 이미 협력 강화
한국기업, 미국내 조선소 인수·운영 본격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수혜 확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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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이 울산 본사에서 3,600톤급 신형 호위함 선도함인 ‘충남함’의 인도식을 진행했다고 지난달 18일 밝혔다. 최신예 호위함 ‘충남함’ 인도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06/rcv.YNA.20241218.PYH2024121812730001300_P1.jpg)

“우린 해군함 신규 건조와 관련해 동맹국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독(dock)이 없고 선박 건조 준비가 안 된 미국으로선 평소와 다른 루트로 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준비될 때까지 (다른 나라에) 주문할 겁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지난 6일 휴 휴잇 라디오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패권을 떠받치는 대들보인 해군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지닌 절대적 힘의 우위에 발생한 균열을 파고드는 존재는 바로 ‘주요 2개국(G2)’으로 묶이며 글로벌 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이다.
독보적인 세계 1위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해군력 굴기(屈起)’에 나선 중국이 이미 미국에 대해 수적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조선업 역량에선 ‘제로(0)’ 상태에 놓인 미국으로선 중국과 신형 군함 건조 경쟁은 물론, 기존 노후 군함에 대한 관리 역량까지도 뒤처졌다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백악관 재입성 후 중국 견제에 총력을 쏟을 기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선 그의 목표 달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가 바로 ‘해군력 재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동맹국인 대한민국은 트럼프 당선인의 해군력 재건 바람을 현실로 구체화할 최적의 파트너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태평양을 주요 활동 무대로 공유한 채 중국에 인접한 국가인 데다, 중국에 이어 글로벌 2위 선박 건조 능력을 자랑하는 나라라는 점에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벌써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콕 집어 미국 해군력 재건의 파트너로 삼고 싶단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약화 중인 ‘美 우위’ 구도
전체 군사력을 비교했을 땐 미국이 여전히 중국에 크게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 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2024 글로벌 파이어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군사력 평가지수에서 0.0699점을 받아 전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0.0706점을 받은 중국은 러시아(0.0702)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GFP 군사력 평가지수는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함을 의미한다. 병력과 무기 수는 물론, 경제력과 전시 동원 가능 인력, 국방 예산 등 60개 이상의 개별 항목 지표를 활용해 산출한다.
다만, 해군력(Naval Power)으로 한정해 미국과 중국을 비교한다면 미국의 일방적인 우세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대적인 수량만으로 봤을 때 중국이 미국과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는 것을 넘어 일부 우위를 보이는 구도로 변모 중이라는 게 GFP의 평가다.
세부적으로 본다면 항공모함(미국 11척 vs 중국 2척), 헬리콥터모함(Helo Carrier, 미국 9척 vs 중국 3척), 구축함(Destroyer, 미국 75척 vs 중국 49척) 등 주요 전력에선 미국이 여전히 우세를 점하는 상황이다. 잠수함도 단순 수량만 비교했을 때는 미국 64척 대 중국 61척으로 백중지세지만, 핵잠수함과 재래식 잠수함 비율 등을 고려하면 미국이 우세하단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우위는 초계함(Corvettes, 중국 72척 vs 미국 23척), 경비정(Patrol Vessel, 중국 150척 vs 미국 5척), 기뢰정(Mine Warfare, 중국 36척 vs 미국 8척) 등에서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건 미국의 해군력 자산들은 전 세계에 분포하지만, 중국 해군력은 중국 주변 등 서태평양 부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실제 충돌 시 미국의 우세를 함부로 점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전, 결국 함대 규모에 승패 갈린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도 하기 전부터 해군력 증강에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만 해협 부근에서 불거지고 있는 군사 충돌 위험 고조 등의 현실 속에서 중국에 비해 해군력이 열세에 놓인 상황이 불러올 안보 위협이 먼 미래가 아닌 코앞에 닥친 문제란 점 때문이다.
학계에서도 미래 전쟁에 대비해 첨단 군사력에 기초, 적은 수의 함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해군력과 싸워 이기겠다는 미군의 전략이 실제 전쟁에선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샘 탠그레디 미국 해군전쟁대학(Naval War College) 미래전쟁학과 석좌교수는 2023년 1월호 ‘미 해군 인스티튜트 저널’에 ‘전함이 많은 쪽이 이긴다(Bigger Fleets Win)’란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세계 해전사가 주는 교훈이라면, 중국의 수적 우세가 미 해군의 패배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탠그레디 교수는 기원전 550년 벌어졌던 그리스·페르시아 전쟁부터 냉전 시절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 성격이 짙었던 국지적 해전까지 총 28개 해전을 검토한 결과 “단 세 건의 경우에만 월등한 기술력이 수적 우세를 이겼다”고 강조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일본은 일부 군사 기술력에서 미국을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거대한 산업 기반과 막강한 보급선·수륙양용함 등 전함 수의 열세를 넘어설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단기간에 미국이 해군함 건조에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수적 열세를 극복할 방안으로는 한국·일본 등 주요 동맹국과 힘을 합쳐 싸우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란 게 CSIS의 분석이다.
다만, 이마저도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미국 해군 전력과 동맹국의 해군 전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팔머 CSIS 선임연구원은 “유사시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함께 중국에 맞서 싸울지는 미국의 통제 밖 문제”라며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미국 해군 자체적인 규모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느 때보다 몸값 높은 韓 조선업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한 미 정부 관계자들에게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은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팔머 선임연구원은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세계 선박 건조의 26%와 14%를 한국과 일본이 각각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이어 글로벌 2위 선박 건조 능력을 지닌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가 내놓은 ‘2024년 누적 수주 실적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년 전에 비해 9% 증가한 1098만CGT(선박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환산 톤수, 250척)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일본 등 기타 지역 수주 실적 총합산치인 838만CGT(451척)보다도 더 큰 규모였다.
다만, 한국의 조선 산업이 미 해군력 강화를 위한 ‘주인공’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선 선결 과제가 하나 남아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번스-톨리프슨 수정법(USC 8679)’에 따르면 안보상의 문제를 이유로 외국 조선소에서 미국 함정의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법안에 대한 개정 없이는 한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함이 건조되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나마 ‘수리’는 예외 조항을 통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부터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선 빠르게 움직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스타일상 해군력 증강을 위한 속도전에 나서기 위해 번스-톨리프슨 수정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라며 “여당인 공화당이 상·하원 과반 의석을 모두 점하고 있는 형국이 트럼프 당선인에겐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조선업 부활을 위해 동맹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말 속에 숨은 또 하나의 뜻은 미국 내 조선소를 한국 기업이 인수·운영함으로써 미국 조선업의 저하된 생산성을 단기간에 끌어 올려주길 바란다는 점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에 맞춰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돕겠단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조선 산업의 주요 키워드로 ‘한·미 조선 협력’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범부터 태스크포스(TF)도 만들어 한미 양국 간의 협력 패키지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처럼 한국 조선업이 미국과 밀착하는 데는 외교적 부담도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해군력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해군력 강화에 K-조선 역량이 직접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인 만큼,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불가피하단 지점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국내 조선주는?
국내 증권가에선 미 해군력 강화에 실질적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수혜를 입을 국내 조선주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수혜주는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내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의 정비를 완료해 본국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에 이 사업을 수주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미 함정 MRO 사업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11월 수주한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의 정기 수리 사업 역시 올 상반기 내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미국 필리 조선소. [한화그룹]](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06/news-p.v1.20250110.3fcf051ef1b44e0585cb9b5c542132f7_P1.jpg)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지난해 말 미국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필리 조선소’ 인수를 위한 제반 절차 역시도 마무리한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필리 조선소의 생산 역량과 시장 경험을 기반으로 북미 조선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필리 조선소에서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구축함 일부를 생산해 미국 방위산업체 헌팅턴 잉글스나 제너럴 다이내믹스로 운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차세대 콜롬비아급 탄도 미사일 잠수함이나 버지니아급 공격 잠수함,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 또는 구축함 모듈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하도급 과정 수주를 위해 헌팅턴 잉글스,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관계를 구축하는 중”이라고도 했다.
특수선 독 부족 문제로 인해 2024년도 미 함정 MRO 사업에 참여치 못했던 HD현대중공업도 올핸 적극적으로 수주에 뛰어들 계획이다.
군함뿐만 아니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역시 기존 예상보다 발주량이 늘면서 주요 조선주 주가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트럼프 당선인이 진행할 에너지 수출 정책으로 국내 LNG 운반선 발주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 덕분이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군함 사업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사업 확장이란 의미에 더해 미국을 발판으로 전 세계 군함·잠수함 수요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는 의미를 지닌다”면서 “상선 시장의 호황과 해양 사업의 회복과 더불어 시너지 효과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진행할 LNG 신규 수출 프로젝트 재개 방침도 올해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이 연구원은 짚었다.
최근 대내외적인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조선주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원화 약세는 수출 위주의 사업구조를 보유한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유리한 부분”이라며 “또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이 확대되거나 전 세계 지정학적 분쟁으로 선박의 운항 노선이 복잡해지면서 운임이 강세를 보인다면, 조선업은 이와 관련한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어닝 시즌’을 앞두고 시장 전망치를 훨씬 뛰어넘는 실적이 발표될 것이란 기대감 커지는 가운데,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는 증권사들은 조선주에 대한 목표주가도 줄줄이 상향 조정 중이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