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평화적으로’ 집행됐다. 국민들이 부릅 뜬 두 눈으로 공권력과 범죄 피의자를 감시하고 온 몸으로 법과 제도의 작동을 엄호한 덕분이다. 우리 국민들은 국회를 에워싸 위헌·불법적 비상 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을 이뤄냈고, 거리에 나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여야에 압박했으며, 수사기관의 적법한 공권력 집행과 피의자의 승복을 요구했다. 공화국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정치권력이었으나,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은 시민의 힘이었다. 국민 스스로가 행동하고 목격했으니 남의 말을 비는 것조차 사족이나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윤 대통령의 체포 후 국내 언론에 “미국은 한국 국민을 굳건히 지지한다”며 “우리는 헌법에 부합하게 행동하기 위해 한국과 한국 시민들이 기울인 모든 노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제 국민은 일상과 현업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다. 대의민주주의와 입법·사법·행정 3권 분립 시스템이 온전히 작동돼야 한다. 여야는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와 함께 국정 정상화와 ‘파산 위기’의 경제·민생 복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5일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로 윤 대통령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했다. 이날 영장 집행은 대통령경호처 호위를 받는 윤 대통령측의 거부로 물리적 충돌 우려가 컸다. 그러나 지난 3일 1차 시도 때와 달리 공수처·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했고 경호처는 적극적으로 막기 보다 길을 터줘 평화적으로 영장집행이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윤 대통령의 신병이 수사기관에 넘어갔으니 여야는 계엄·내란 특검법안에 합의하고 이와 관련한 정쟁을 끝내야 한다.
지금 여야가 서둘러야 할 일은 민생 입법과 내수 진작이다. 계엄과 탄핵 사태로 멈춰선 반도체특별법,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의 입법 절차가 어서 재개돼야 한다. 전통시장 신용카드 공제율 확대,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지원 등 당장 급한 조세 개편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예산 67% 조기 집행, 설 연휴 임시공휴일 지정 등을 내놓았지만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 부진 극복에 역부족이다. 여야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계엄 수사와 탄핵 심판은 물론, 국정도 경제도 민생도 시간과의 싸움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 석좌 등은 윤 대통령 체포로 인한 한국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시간은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했다. 여야의 역할이 막중하다. 만일 조기 대선 가능성에 매몰돼 유불리를 따지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들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