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하원이 미국인들의 러시아 아이 입양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미(對美) 인권 법안 심의에 착수한 것은 합당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시내 국제무역센터에서 진행한 연례 기자회견에서 인권법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하원의 대미 인권법 심의는 감정적이긴 하지만 합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인 러시아 아동 입양 금지법안 추진은 합당”=푸틴은 “미국인의 러시아 아이 입양 금지 법안은 어린이를 입양하는 미국인들이 아니라 입양아 문제에 대해 필요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미국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면서 “미국 당국은 러시아 당국자들이 러시아 입양아들이 사는 가정을 방문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러시아 의회의 대미 인권법안 심의를 촉발한 미국의 대러 인권법(‘마그니츠키법’) 채택과 관련해 ‘마그니츠키법’은 러-미 관계에 해를 끼칠 뿐 아니라 양국 관계를 과거로 돌리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푸틴은 앞서 미국이 냉전시절 채택한 대러 무역 제한법인 ‘잭슨-베닉 수정안’을 폐지하는 대신 러시아인 인권변호사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피살 사건에 관련된 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제재 내용을 담은 마그니츠키 법안을 채택한 것은 “분명히 러시아에 비우호적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미국인들)가 과거에 남아있으려 애쓰고 있으며 이것이 아주 나쁜 것”이라며 “이는 양국 관계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권위주의 체제 구축 지적 인정 못해”=푸틴은 이날 자신의 집권기에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를 구축했다는 지적을 강하게 반박했다. 푸틴은 “우리는 (국가) 발전의 필수 조건인 안정을 확보했으며 이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을 권위주의적 체제라고 부르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확실한 증거로 2000~2008년 2기에 걸친 대통령직 수행 후 스스로 총리로 물러난 사실을 언급했다. 푸틴은 “만일 내가 전제주의 체제를 선호했다면 손쉽게 개헌을 했을 것이며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며 “(여당이) 300석 이상(전체 450석)을 차지한 의회를 통해 (개헌) 결의를 하면됐다”고 상키시켰다.
푸틴은 “나는 의도적으로 2인자(총리)의 자리로 옮겨갔으며 헌법과 법률을 존중했다”며 “당시는 반드시 다시 (대통령직으로) 돌아올 것이란 확신도 없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법을 이행하는 것과 권위주의는 별개의 문제라며 “민주주의는 법을 이행하는 것이며 무정부주의가 아니다”고 강조하고 “1990년대의 무정부주의는 권력과 시장경제 규칙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질서, 규율, 법 이행 등은 민주적 통치 방식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본과 평화협정 체결 문제 논의할 것”= 푸틴 대통령은 일본과의 영토분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푸틴은 “일본에서 새로 집권한 정당(자민당) 지도부로부터 (러시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데 찬성한다는 신호를 받았다”며 “이는 아주 중요한 신호이며 우리는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 문제와 관련 (일본 측과) 건설적인 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 대상이 되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반환을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왔다.
푸틴은 쿠릴열도 가운데 한 섬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면 어떠냐는 기자의 제안에“굳이 내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푸쉬킨, 톨스토이 등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건강이상설은 정치적 반대자들의 짓”=푸틴은 최근 언론의 주요 이슈가 돼온 건강이상설에 대해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의혹 제기는 정부의 합법성과 능력을 흔들려는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내 건강에 대한 질문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날을 기다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푸틴은 이날 모국인 프랑스 국적을 포기한 유명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63)가 러시아 영주권이나 국적을 받기를 원한다면 긍정적 답이 이미 보장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제라르가 실제로 러시아 영주권이나 러시아 여권을 받길 원하면 이 문제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긍정적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면된다”고말했다. 그에게 망명처를 제공하거나 러시아 국적을 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설명이었다.
푸틴은 이날 자신의 건강이상설을 떨쳐버리기로 작정한 듯 약 4시간 30분 동안이나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