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길거리에서 혼자 기타를 치며 연주하는 노숙인과 대화를 나누는데 ‘밴드’를 만들어 연주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진짜 복지는 그들에게 꿈을 실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영등포 지역에서 전국 최초로 노숙인으로 구성된 ‘드림 플러스 밴드’가 창단된 계기입니다.”

조길형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평소 ‘소통’을 중요하게 여긴다. 구민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취임 초기부터 ‘현장행정’을 강조해왔다.

조 구청장은 민원인이 찾아와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식으로 소통행정을 적극 펼치고 있다. 최근 영등포구의 고충 민원 발생률이 20% 이상 감소된 것도 구민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인 결과다. 그는 지난 임기 2년 반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역시 현장에서 만난 한 노숙인이 보내온 편지를 받은 일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노숙인체육대회에 참석했는데, 노숙인들과 거리낌없이 어울렸어요. 와락 껴안고 친근감을 표시하면 저는 등을 두드리며 응원을 해줬지요. 작은 마음을 표현했는데도 삶의 용기를 찾고 감사편지까지 보내주니 보람이 컸습니다.”

조길형(영등포구청장)
조길형(영등포구청장)

조 구청장은 지난해부터 매주 화요일이면 구청 지하식당에서 직원들과 ‘누룽지데이트’를 한다. 일선에서 뛰는 직원들이 더 편안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등포구청 직원들은 아침출근길에 서로 “사랑합니다!”라고 목소리 높여 인사를 나눈다. 얼마 전부터 ‘사랑합니다 인사하기 캠페인’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표현해야 해요. 내 마음에만 갖고 있으면 상대방이 모르잖아요. 그래서 누룽지데이트도 시작하게 됐고, 겨울이 지나고 날씨가 풀리면 강바람을 맞으며 직원들과 함께 ‘야외데이트’를 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노숙인 밴드’ ‘누룽지데이트’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모두 직원, 그리고 구민들과 ‘소통’한 결과라고 그는 강조했다. 지난 2년 반 가까이 소통 중심의 복지행정을 펼쳐온 결과, 최근 영등포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에서 전국 기초자치단체(자치구) 중 8.49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조 구청장은 전 직원이 함께하는 공감 청렴방송을 운영하고 전국 최초로 SNS를 활용해 구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수용했다. 또 일 년에 두 번 전 직원이 참여하는 특별 청렴도 향상 교육을 실시해 조직 내 청렴문화를 확산시키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 착공에서 하자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사 완성 시스템’을 만들고 올해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설물 통합 관리 시스템’을 완성한 것도 청렴행정을 펼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현재 영등포구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금융중심지를 끼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지만, 다문화 가정과 노숙인이 많은 자치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여전히 낙후된 지역이 존재하지만 타임스퀘어 일대와 문래 지역을 위주로 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그만큼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과정에도 그는 소통과 화합을 접목시켜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구내에 도움을 주려는 손길과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잘 연결해 복지행정을 펼치는 것 또한 구청의 역할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는 계층 간 차이가 큰 지역 중 하나지만 이 역시 소통하고 화합하는 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증권거래소 등에서 재정 도움을 받아 구내 저소득층이나 노숙인을 위한 복지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고, 도움을 받은 노숙인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죠. 선순환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조 구청장은 국철 1호선 지하화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데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뉴타운이나 재개발ㆍ재건축 사업 등 지역 주민과 의견 조율이 필요한 사업이 잘돼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삐걱거릴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오랫동안 진행돼온 역점 사업 과정에서 구민 간 협조와 화합이 잘되도록 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 여기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남은 임기도 임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