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사업 중복ㆍ자치구간 형평성 고려 조정 불가피” -“조례 왜 만들었나” 반발…일부선 박 시장 견제용 분석도 [헤럴드경제=황혜진기자]서울시가 주민자치확대를 위해 내년부터 본격시행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사업 상당수 예산이 시의회 심의과정에서 전액삭감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시의회는 사업 중복과 자치구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예산안을 예결위원회에 올리기 전 상임위원회에서 걸러냈다는 입장이지만 시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는 지난 9월 시민제안사업 선정을 위한 참여예산한마당을 개최해 총 500억원 규모 132개 주민참여예산을 선정했다. 이와 관련 시의회는 지난 5월 관련 내용이 담긴 ‘서울특별시 주민참예예산제 운영 조례’를 통과시킨바 있다.

28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시의회 일부 상임위는 주민참여예산제로 선정된 사업예산을 대부분 삭감했다. 특히 여성가족정책실, 문화디자인관광본부 소관 사업이 대표적이다.

여성가족분야 사업 중에서는 한부모가정 이해교육강사 양성교육(5800만원), 청소년 전용클럽 힐링캠프 운영(11억원), 청소년누리터 조성(5억원), 토요마을학교 운영(5억원), 다문화가족 서울속 궁궐 나들이(1200만원) 등은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문화분야에서는 4ㆍ19문화제 지원(2억9000만원), 지붕없는 동네미술관 마을 조성(3500만원), 리폼 바느질 공방 지원(4200만원) 등의 예산이 모두 깎였다. 아직 예결위 심의가 남아있지만 시의회측에서는 “예결위도 상임위 논의 사안을 존중하는만큼 이번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경제진흥실과 복지건강실 관련 예산안은 이날 해당 상임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도 자체의 취지 및 조례 제정 과정에서 의회와의 마찰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이 사업들은 주민 250명이 위원으로 참여해 3개월여에 걸쳐 투표로 선정한 사업들”이라며 “특정지역에 편성됐다고 삭감한 건 지역환경에 맞게 주민이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주민참여예산제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 관계자는 “또 다른 시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제 자체가 의원발의로 제정된 조례에 근거하고 있는데 시의회에서 이 사업에 딴지를 거는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참여예산사업이 해당 지역사업과 직접적 연결돼 있는 자치구들은 더욱 허탈해하고 있다. 이번 심의에서 예산 40억원중 36억원이 삭감된 은평구는 이런식이라면 지방자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반발했다.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빠듯한 예산에 지자체 차원의 사업은 꿈도 못꾸는 상황에서 주민참여예산은 주민참여확대와 지역사업에 대한 시 예산 확보 등의 도움이 됐는데 다 깎여버렸다”면서 “이런 상태라면 지방자치, 주민자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의회측은 예산 심의가 의회의 고유권한이며,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올라온 사업들 자체가 지역간 형평성을 저해하고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시의원은 “예상 지출내역이나 타당성, 효과성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 사업명과 예산만 올린다고 통과시킬 수 없다”며 “담당공무원에게 사업 세부계획을 물으면 집행부가 직접 추진하는 사업과 달리 제대로 설명을 못한다. 형식적으로 추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의원은 “주민참여예산안으로 올라온 사업이라고 의회에서 모두 동의만 해준다면 의회는 거수기일 뿐”이라며 “10만명의 대표인 의원도 1명당 겨우 2억~3억원씩 사업을 예산안에 올리는데 ‘주민참여’란 이유만으로 수십억짜리 사업이 쑥쑥들어와도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시의회가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고의로 박 시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에 딴지를 거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같은 당이긴 하지만 민주통합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박원순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 고의성도 보인다”면서 “예결위에 올라가면 일정부분 재조정되지 않겠냐”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