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나, 괴담(怪談)은 불안을 먹고 산다. 나는 사람들의 의심에 기생하면서 머릿속에 공포를 심고 이성을 마비시킨다. 세상을 향한 불신과 아무도 답을 주지 않는 의문은 나의 숙주가 된다. 수상한 시절은 나의 온실이 된다. 나는 연기처럼 퍼져나간다. 입에서 입으로 새로운 숙주를 찾아서. 소통이 적은 시절엔 오래지않아 소멸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력이 나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어디든 빨리, 멀리 퍼져간다.
어느 것 하나 확신하기 어려운 불안한 시절인 때문일까. 여기저기서 괴담이 출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인들이 인육을 먹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는 인육괴담이 돌았다. 오원춘이 인육유통을 목적으로 20대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소문으로부터 시작한 인육괴담은 인육환, 인육캡슐 등의 존재가 정부당국에 의해 확인되자, 날개를 달고 퍼져 나갔다. 이달 초 인천에서는 인신매매 조직이 인천 연희, 검암, 경서동 검은색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다니며 약을 탄 오렌지 주스를 통해 상대방을 기절시켜 인신매매한다는 괴담이 돌기도 했다. 인천 경찰서는 지난 5일 “친구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글을 올렸다”는 인천의 한 중학교에 재학중인 A(15) 군을 검거했다. 9월 경북 구미의 한 공단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 사건도 괴담을 낳았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당국이 구미시민을 실험대상으로 쓰고 있다’, ‘구미시민은 전국을 떠돌게 될 것이다’ 등의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최초로 배포한 B(41) 씨를 검거해 수사 중이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태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 전단지를 뿌렸다”고 진술했다.
이런 괴담은 누가 퍼트리는 것이며, 왜 퍼지게 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불안한 시절이 괴담의 싹을 틔우며,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괴담의 날개를 단다고 설명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안한 심리를 가진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이런 괴담을 유포한다”면서 “ ‘내가 먼저 알고 있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하는 욕망과 어우러져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괴담이 돌면, 권위 있는 기관이 사실과 거짓을 가려 즉각 대응해야만 괴담유포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