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켜고 생활 화마에 참변도
전기요금 체납으로 전력 공급을 제한받는 극빈층 가구가 한 겨울에도 ‘전류제한’조치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저소득층은 최소한의 전기만 공급받기 때문에 겨울철 난방기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이를 방관해 왔다.
지난 21일 전남 고흥에서 화재로 사망한 할머니 A(58ㆍ여) 씨, 외손자 B(6) 군의 가정은 6개월분 전기요금 15만7000원을 납부하지 못해, 한전의 전류 제한조치를 받으면서 촛불을 켜고 생활하다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는 가구의 전기를 완전히 끊지 않고 최소량을 공급하는 ‘단전유예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3개월 이상 전기요금을 미납한 가구에 ‘전류제한기’를 설치해 순간 최대전력을 220W(와트)로 통제하는 것이다. 그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면 전류가 차단된다.
12월∼다음 해 2월 혹한기에는 ‘단전유예제도’에 따라 전기요금을 체납하더라도 전류 공급을 제한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전부터 전류제한을 받은 가구는 한 겨울에도 전력 공급 제한조치가 이어진다. 이 때문에 현재 전국 7000여 가구가 시간당 소비전력 220W의 전기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22일 한전에 따르면 현재 전류 공급이 제한되는 가정은 6777가구로 집계됐다. 220W는 형광등 2개(20W), 21인치 TV 1대, 소형 냉장고 1대를 동시에 가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난방은 불가능하다. 전열기나 전기장판 등을 사용하면 순간 전력이 220W가 초과되면서 전류가 차단된다. 저소득층은 기름이나 가스가 비싸 겨울철에는 그나마 요금이 싼 전열기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전기 난방용품의 시간당 소비전력은 900~1500W에 달한다. 전기히터가 약 1000W, 전기장판이 200W 정도다. 결국 전류제한을 받은 세대는 한겨울에 촛불이나 두꺼운 이불에만 의존해야 한다.
겨울철 단전 유예가 12월에서 2월까지 3개월에만 그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11월과 3월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류제한에 대한 안내가 부진한 것도 시정돼야 할 과제다. 21일 촛불 화재로 사망한 A 씨 가정은 10월 29일 전류제한기가 설치된 뒤 20일간 전기 1W도 사용하지 못했다. 전류제한을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단전으로 생각한 탓이다. A 씨의 남편 C(60)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전으로부터 전류제한기 사용법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은 전기를 무상 공급하는 기관이 아니다. 저소득층에 전기를 무상공급하는 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주는 것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상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