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대중화의 핵심은 건축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이는 자재 특히 목재의 표준화와 모듈화에 달려있다. 서민 신한옥의 주재료는 나무와 흙이다. 이 두 재료는 계속 생산이 가능한 친환경 무한재이다. 하지만 목재는 무겁고 가공이 어렵다. 흙 역시 무거우면서 기계화가 어려워 발로 뛰며 손으로 만드는 1차원적 노동을 수반한다. 통나무를 손으로 자르고 대패질 하는 작업은 시간과 인력이 많이 소모되지만, 규격이 일정하지 않아서 건축 때 많은 고생을 한다. 이를 정확하게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 흙을 벽체에 붙이는 작업도 기계화가 필요하다.
획기적인 건축비 낮추기는 수입 목재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목재 특히, 구부러져서 버려지는 목재나 간벌 목재를 활용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값비싼 수입 원목 대신 이런 국산 목재를 사용하면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국제 원자재 가운데 유일하게 국산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게 바로 목재다. 그래서 수입 원목은 국산 원목 보다 훨씬 비싸다. 반면 가공된 제재목은 수입목재가 더 저렴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목재 가공산업의 기반이 그만큼 취약하고 유통과정에서의 가격거품도 심하기 때문이다.
#버려지는 국산 목재, 간벌목 까지 모두 활용 먼저 국산 목재를 사용해서 집을 짓는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자. ①산에서 나무 벌채 ②제재소 가공 ③목재 대리점(도매상) ④건자재 소매상 ⑤공사현장으로 나뉜다. 수입 목재는 ①산에서 나무 벌채 ②제재소 가공 ③수출 항구 선적 ④국내 항구 하역 ⑤목재 대리점(도매상) ⑥건자재 소매상 ⑦공사현장 등 7단계로 2단계가 더 늘어난다. 나무가 차를 한번 타게 되면 가격이 더 오르고, 배를 타면 다시 차를 타야하고 그러면 가격은 또 오르게 된다. 이렇기에 수입 원목의 가격은 국산 원목 보다 훨씬 비싸다. 하지만 우리나라 목재 가공산업의 기반이 취약하고 유통 거품이 심하기에 목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되레 국산이 수입산 보다 훨씬 낮다. 수입 제재목과 같은 유형의 목제품으로는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따라서 국산 목재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국산 목재의 유통과정을 벌채-가공-공사현장등 3단계로 대폭 축소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자인 산주는 보다 높은 임목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되고, 소비자인 건축업체와 건축주(국민)는 저렴한 목재를 공급받아 양질의 집을 지을 수 있기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3단계로의 유통과정 축소는 결국 도매와 소매 단계를 생략하는 것이기에 기존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타입의 가공기술과 건축방식이 요구된다. 이게 과연 가능할까? 물론이다. 나무의 수종을 가리지 않고 다용한 용도로 모두 활용할 뿐 아니라 크기와 굵기에 관계없이(심지어 휘어진 곡재라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처리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자재를 이용해 집을 지으면 된다. 서경석표 서민 신한옥은 이를 위해 지난 20여 년간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왔고, 이제 그 결과물을 실제 건축에 적용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서민 신한옥은 수입산 대신 국산 나무를 사용하는데, 소나무뿐 아니라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 등 거의 모든 수종의 나무를 사용한다. 2년 정도 잘 건조하면 강도나 품질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모든 나무를, 그것도 종류와 생김새에 관계없이 한옥 재료로 사용이 가능할까? 서민 신한옥은 모듈화·규격화를 통해 기둥과 보의 연결 부분과 벽체가 맞닿는 부분을 일정 규격으로 통일시켰다. 그래서 목재의 모양이 한쪽은 굵고 다른 한쪽은 가늘어도 상관없다. 연결 부위만 짜 맞추면 나머지는 황토를 활용해 벽체를 완성한다. 이렇게 탄생한 서민 신한옥은 반듯반듯한 수입목재를 사용한 집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전통미가 묻어난다.
이렇게 표준화·모듈화를 통해 생산된 국산 목재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한옥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용역을 줘 개발 중인 반값 신한옥은 3.3㎡(1평)당 가격이 600만~700만 원대이지만, 서민 신한옥은 이 보다 더 저렴한 400만 원대면 충분하다. 목재 등의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300만 원대도 가능하다.
#녹색성장의 한 축, ‘탄소 제로 하우스’ 탄생
가야할 길은 아직 멀지만, 국산 목재를 사용하는 서민 신한옥의 미래는 낙관적이다. 향후에 일개 개인이나 민간업체 차원이 아니라 국가나 산림조합 같은 전국적인 조직에서 대량생산을 통해 국산 목재의 원가를 더 낮추게 되면 본격적인 서민 신한옥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본다. 이미 친환경 나무와 황토로 지은 집이 건강에 좋은 ‘힐링 하우스’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현재 3세대까지 진화한 서민 신한옥은 탄소제로하우스, 하이브리드 에코 하우스에 가깝다. 통상 집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시멘트와 철근이 필요하다. 시멘트와 철재는 광산에서 채굴해서 제련소나 시멘트공장으로 운송한 다음에 잘게 부수어 1,800도 정도의 고온에서 장시간 녹이거나 태워서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데, 대략 시멘트나 철근의 1.4배 정도 탄소가 배출 된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건축재는 전국 유통망을 통해 건재상까지 운송되어야 하고, 다시 공사현장으로 운반이 되는 전 과정을 통해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하지만 목재는 산소를 뿜어내고 목재 무게의 40%에 달하는 탄소를 지워준다고 해서 ‘탄소 지우개’라고 불린다. 주변의 통나무와 황토를 사용해 서민 신한옥을 짓게 되면 탄소가 없어진다고 해서 탄소 제로 하우스이다. 하이브리드 에코 하우스란 목재(통나무 원목)와 황토 그리고 충진재를 넣어서 집의 기능성을 높인 집이다. 난방 방식이 기름보일러에 화목을 때는 구들과 벽난로를 병용하기에 기름 등 화석 연료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게 들어간다.
탄소 배출량 세계 8위(2009년 기준)인 우리나라는 아직 탄소세 부과가 계획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탄소를 많이 발생시키는 건축자재 및 주택은 페널티를, 반대로 나무와 같은 친환경 건축재로 집을 지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날이 올 것이다.
#산주-임업인-건축업체-소비자 모두 윈윈 정부는 우리 전통문화의 본보기인 전통 한옥을 보전하는 한편 이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 신한옥(기와한옥) 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건축비가 기존 한옥의 반값이라지만 3.3㎡(1평)당 600만~700만 원대로 여전히 비싸다. 3.3㎡(1평)당 600만원에 82.64㎡(25평) 짜리 한옥을 짓는다고 하면 총 1억5000만원이 들어간다. 반면 서민 신한옥은 너와지붕에 우리 황토와 목재로 벽체를 구성하면 3.3㎡(1평)당 400만 원대로 총 1억 원대에 가능하다.
물론 신한옥과 서민 신한옥의 가격을 수평적으로 비교할 순 없다. 또한 서민 신한옥을 내세워 정부의 반값 신한옥을 부정한다던가,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도 더 자연미가 우러나고, 더 서민적이며, 또한 산주와 임업인, 건축업체, 소비자(건축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보다 진일보한 신한옥을 제안하는 것이다.
고급 전통 (기와)한옥과 초가·귀틀집 등 서민한옥을 각각 계승, 발전시키고자 하는 신한옥과 서민 신한옥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자는 것이다. 안동 하회마을에 가보면 큰 기와집들과 서민 초가집들이 함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서경석표 서민 신한옥은 그동안의 연구 및 실험, 그리고 실제 건축을 통해 축적한 친환경적인 건축 기술과 노하우를 이를 필요로 하는 일반인들에게 쉽게 전수해 주어 그들이 직접 손쉽게 지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또 하나의 목적이다. 결과적으로 서민 신한옥은 모든 이해관계인이 윈윈할 수 있기에 정부(지자체), 학계와 산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도움말 주신 분:서경석 신한옥연구소장·부동산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