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4회> 사랑을 위한 의식 (32)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평양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양각도 호텔 스위트룸에서 천리마운동에 온몸이 단련되었을 지도 모르는 평양 아가씨와 함께 스포츠섹스에 돌입해보긴 난생 처음이었다. 엄밀히 분석해보면 두께 0.2mm밖에 되지 않는 원피스 한 겹을 벗겨내었을 뿐인데, 유호성은 천식에 걸린 어린아이처럼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녀가 입고 있던 원피스는 손톱만이나 한 단추가 무려 30여개나 달려있는 전통적인 방식의 방어막이었다. 워낙 목 언저리까지 단추가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아니 그런 줄도 모르고 완력으로 훌렁! 벗겨내려 했기 때문에 원피스는 미처 그녀의 머리통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목 부위에 걸려 있었다.

목 없는 나체 귀신!

유호성은 짜장면을 시켰는데 짬뽕을 내온 식당 종업원 바라보듯 잠시 동안 멀거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브래지어는 일품이었다. 기껏해야 포플린이나 나일론 재질로 대충 얽어맸을 것이라 여겼던 그것은… 웬걸, 잘 익은 석류처럼 붉은 공단에 금색, 은색으로 수놓인 꽃무늬가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뿐인가? 비스듬히 사선으로 깎아낸 브래지어 컵 속으로 그녀의 젖가슴이 언뜻 드러났는데… 어휴! 잠시 바라보는 순간에도 호흡에 따라 부풀어 오르는 모습에 눈이 시리고 콧날이 시큰해질 지경이었다.

“왕자님, 이 옷 좀…”

그녀는 도리질을 치며 목에 걸린 원피스를 벗겨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나 유호성은 선뜻 그녀의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제 스스로 옷을 벗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녀의 모습이 방금 물속에서 꺼내 올린 물고기처럼 팔딱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대충 알몸일지언정 브래지어를 걸치고 팔딱인다는 사실은 당장에라도 물속으로 되돌아가려는 회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태어난 곳을 향해 목숨이 다하도록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진지함을 품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진지함은 곧 영원을 향하는 마음과 다를 바 없었다.

뒤집어 말하자면, 영원해지기 위해서라면 진지한 마음으로 매사에 임해야만 할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 유호성은 말처럼 달리고 싶었다. 영원히 달릴 각오가 되어 있었으므로 그는 심호흡을 하고 그녀를 뒤에서 덥석 끌어안았다. 숨차도록 달리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예원씨, 달립시다.”

유호성은 그녀의 브래지어와 젖가슴을 바라보는 데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아직 그녀의 목에 원피스가 걸려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뒤집어진 채로 길게 늘어져 있는 원피스 아래로 풍만하게 드러난 젖가슴에 그는 흥분했다. 목 위로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모습이었지만 목 아래로는 당장에라도 육탄전을 벌이려는 전사의 의지가 드러나는 것 같기도 했다.

그제야 그는 천천히 그녀의 모습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직도 원피스를 벗어내기 위해 허리 굽히고 애를 쓰는 모습이 애처롭긴 했지만 아름다웠다. 생전 처음으로 그는 반만 벗은 여체의 마법에 반해버린 셈이었다.

그 누구도 재현할 수 없는 패션쇼. 몸을 굽힌 채 용을 쓰느라 발목으로부터 종아리를 타고 분출되는 미세근육의 움직임이… 아, 그를 참을 수 없을 만치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왕자님, 옷이 머리통에 꼭 끼었어요. 이것 좀…”

그녀는 또다시 애원했다. 하지만 유호성의 눈길은 종아리의 미세근육을 타고 올라 이미 허벅지, 그리고 그 위에 걸쳐져 있는 삼각형 헝겊쪼가리를 스치는 중이었다. 그는 새로운 희열에 들떠있었다. 그 희열은 자신의 의지 때문이 아니라 우연히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욕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드디어 그는 그녀의 브래지어와 삼각형 모양의 헝겊쪼가리를 벗겨내고야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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