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1회> 사랑을 위한 의식 29

“아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그를 살리려면 제갈공명처럼 신출귀몰한 작전을 세워야 할 것 아니겠소?”

“작전? 무슨 전투를 벌이는 것도 아니고… 당신 해병대 출신이에요? 그 사람들은 제대한 지 몇십 년이 지나서도 수시로 작전을 펴잖아요?”

“그래요? 난 처음 듣는 소린데?”

“아니, 군복 입고 모여 다니는 게 작전 펴는 거 아닌가?”

“에이, 지금 농담하자는 거 아녜요. 아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니까?”

“그러게… 답답하니까 해본 소리지 뭐.”

인생살이에도 급수가 있을까? 인생 9단, 고수에 이른 신희영은 애가 타서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앉았지만 결코 조바심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강준호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인생 9단짜리 고수가 어찌 신희영뿐이랴. 강준호도 그녀와 진검승부를 벌이기에 충분할 만한 내공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을 살리려면… 차라리 박수 치며 응원을 하세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에요? 그 녀석이 위험천만한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겠다는데… 오히려 적극 후원을 하란 뜻이에요?”

“그렇지요. 힘든 선수생활에 몸보신이나 하라고 용돈도 두둑하게 쥐어주고….”

“참, 기막혀서… 애들 하는 짓에 맞장구나 치는 게 뭐? 제갈공명 뺨치는 작전? 신출귀몰한 작전이라고요?”

“그래요. 호성이의 성격에 맞춰서 일종의 심리전을 펴자는 것이지요. 단, 조건을 야무지게 걸어야만 합니다.”

“야무진 조건?”

인생 9단, 동급의 고수들이 만났으니 대화는 평범했지만 서로의 눈빛은 칼날처럼 번득였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에도 그들은 서로 물 밑에 감춰진 속뜻을 캐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용돈 줘가면서 잘 다녀오라고는 하지만…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전해주는 거예요.”

“무슨 조건이 그렇게 철학적이에요?”

“에이, 그건 속내가 그렇다는 뜻이고, 겉으로 내거는 조건은….”

강준호는 정말로 신출귀몰한 작전을 펴고 있었다. 그는 신희영에게 아들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하겠다는 법적 절차를 밟으라고 꼬드기는 중이었다. 5개국 관통 랠리는 목숨을 담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 처리를 도모하라는 뜻이었다.

“아들이 죽으면 유산을 처분할 때 골치 아프니까 미리 정리하고 가라는 말이지요. 이런 말을 듣고도 방실방실 웃으면서 사지로 떠날 사람이 있을까요?”

“아! 겁을 주라는 말씀이군요? 그 말에 지레 겁먹고 출전을 포기하라고?”

“말로만 해서는 소용없어요. 호성이가 보는 앞에서 실제로 변호사를 사서 행동으로 옮겨야 씨알이 먹힌다니까요?”

“그러네요. 거 참 좋은 방법이에요. 그 녀석 앞으로 등재된 재산이 강남 아파트 두 채에 현금 7억이 넘으니까… 그렇게 내지르면 뜨끔할 거야. 게다가 겁도 많잖아요? 그 녀석.”

강준호의 예상대로 신희영은 손뼉을 치면서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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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