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일가 재산 3조원” 폭로 서민적 이미지 타격 中외교부 “온갖 수단으로 中지도자 먹칠하는 세력 있다” 발끈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청렴하고 서민적인 행보로 ‘평민 총리’로 불렸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멘쯔(面子ㆍ체면)’가 요즘 말이 아니다. 원 총리 일가의 재산이 무려 3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폭로하면서 ‘겉은 서민인데 속은 재벌’이라는 ‘두 얼굴의 사나이’ 신세가 됐다.
가난한 지리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원 총리는 총리가 된 뒤에도 10년이 넘은 낡은 점퍼를 그대로 입고 다녔고 다 해진 운동화도 수선해 신고 다녀 13억 중국인의 감동을 자아냈다. 지진이나 수해가 나거나 갱도가 무너지면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 피해자들을 위로해 고통을 분담하는 지도자로 각인됐다. 평범한 민초(民草)들의 손을 주저 없이 잡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중국인들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던졌다. 권위의식 없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그에게 젊은이들은 ‘원 거거(溫哥ㆍ원형님)’, 어린 학생들은 ‘원 예예(溫爺爺ㆍ원할아버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보석연합회장인 부인과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아들뿐 아니라 처남과 동생 일가까지 막대한 부를 축적했고 그것도 총리로 지낸 지난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에 그동안 쌓아놓았던 서민적이고 개혁적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물론 원 총리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를 부인했고, 중국 외교부도 “온갖 수단으로 중국 및 중국 지도자를 먹칠하는 세력이 있다”면서 비난했다.
원 총리 자신의 재산이 거의 없는 것은 맞다. 수입은 쥐꼬리만 한 월급과 연금뿐이다. 다른 당정 지도자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가족과 친척들의 재산은 천문학적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누나 등 친인척의 자산이 3억7600만달러(4100억원)라고 보도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 일가가 해외로 빼돌린 재산이 1조원을 넘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 같은 엄청난 부가 정당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해명하지만 이를 곧이 믿을 국민은 없다. 권력자의 일가 친척들이 권력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가 아직도 존경과 추앙을 받는 이유가 뭔가. 저우 전 총리는 ‘6가지 없음(6無)’을 통해 말과 행동이 일치했던 위인이었다. 이번 사태가 극좌파의 보복이든 아니든 간에 이번을 계기로 중국의 위정자들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