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바야흐로 국정감사 시즌이다.

쏟아지는 국정감사 보도자료들이 국회 정론관 앞 복도를 가득 채우고, 매일 다른 피감기관에 대한 감사 자료를 준비하느라 3주 내내 국회 의원회관의 불이 좀처럼 꺼지지 않는 기간이 바로 지금이다. 피감기관장들 앞에서 ‘호통’을 치는 의원들의 목은 나날이 쉬어가고, 쏟아지는 업무와 숨가쁘게 흘러가는 감사기간 동안 자료를 준비하는 보좌진들은 초주검 일보직전이다.

마땅히 호소할 곳조차 없는 국회의 각박한 생활 속에서 의원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국회 근무자들의 ‘숨통’을 터주는 공간이 생겼다. ‘출판사 옆 대나무숲’, ‘디자인회사 옆 대나무숲’ 등 한 섞인 ‘을(乙)’들이 설움을 쏟아내는 익명의 트위터 계정인 ‘대나무숲’이 국회 옆에도 자리를 튼 것.

새벽별을 보고 출근해 달을 보며 퇴근하는 요즘, 대나무 숲을 찾는 국회 보좌진들의 발걸음은 더욱 잦아졌다. 소위 ‘특권층’으로 여겨지는 국회의원을 ‘모신다’는 이유로 쉽게 밝히지 못했던 속이야기가 조금씩 세상에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하소연의 대부분이 평범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외침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루종일 해도 표도 안나는 잡무에, 일평균 10시간 이상 일하면 인턴급여는 시급 3500~4000원 꼴이라는 거...”, “난 진짜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칠때 나부터 책임져라 하고 싶었고, 사람이 먼저라는데 왜 난 먼저가 아닌지 묻고 싶었다” 등 최저임금과 초과노동에 시달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생생히 올라온다.

여비서나 수행비서에게 가방을 들게하거나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일부 의원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눈에 띈다. “힐러리도 자기 가방은 자기가 들고 다닌다”, “가방모찌(들기)+커피셔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보좌진에게 요구하면 절대! 안되는 덕목” 등의외침들이다.

국감기간을 맞이한 요즘은 대나무숲은 더욱 흥(興)하는 분위기다. 대개 스스로 공부하는 법 없이 보좌진이 써주는 질의서를 그대로 읽기만 하는 영감(의원)들에 대한 질타다. 한 사용자는 “국감은 영감도 같이 준비하는 거였구나. 그냥 비서가 써준 것을 읽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었구나”라며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얻었는가 하면, 지난 9일 한글날에는 “한글날 세종대왕님께 감사하다. 우리 영감이 그래도 질의서를 읽을 줄은 아니까요’라는 글이 올라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의원회관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의원들이 누리는 특권들을 같이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않다”면서도 “물론 299명의 의원들 중 좋은 분들도 많고 분위기가 좋은 의원실도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