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삼성 수요사장단 강연
“대기업 혼자 큰게 아니다 주주자본주의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 받아들여야”
19일 오전 7시45분. 삼성 서초본사 로비에 정장 차림으로 가방 하나를 든 인물이 들어섰다. 기자들이 달려들었다. 질문이 던져졌다.
“삼성에 강연하러 오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아닙니다.”
물음은 이어졌다. “그럼 삼성에 특별히 할 얘기가 있습니까?”
“늘 하던 얘기죠, 그런 것 없습니다.”
그는 그 얘기를 끝으로 잠깐 웃음을 짓더니 본관 위로 서둘러 올라갔다. 이른 아침에 잠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다.
장 교수는 이날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 강사로 참석하기 위해 삼성을 찾았고, ‘한국 경제를 말한다’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경제석학’ 장 교수의 삼성 방문에 다양한 시각이 뒤따른 것은 그가 그동안 대기업에 대해 조건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 다만 장 교수는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통하지만 ‘재벌개혁’ 등과 관련해서는 진보층과는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정치권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장 교수는 현 지배구조를 인정하는 대신 총수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는 쪽이다. 최근 최대 화두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복지 확대’와 ‘자본주의 근간 안에서의 적절한 대기업 규제’를 주창하고 있다.
이 같은 장 교수가 사장단 앞에서 어떤 색깔의 경제ㆍ경영 진단과 조언을 던질지 시선을 끈 것이다.
실제 따끔한 충고도 던졌다. 장 교수는 사장단 앞에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국민의 지원 위에서 큰 것은 사실 아니냐”며 “대기업은 주주자본주의를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태동 배경이 바로 ‘대기업이 혼자 큰 게 아니다’는 게 근간에 있지 않겠는가”라며 “주주자본주의에 의한 재벌개혁은 안 되며, 다만 경제민주화 논의 배경에 역사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이) 깊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강사 장하준’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 관계자는 “사장단회의 강사는 통상 3개월 전 섭외하고 확정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시각을 공부하겠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다른 뜻은 없으며 매우 유익한 강의였다”고 했다.
<김영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