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곡물가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곡물가 폭등으로 전세계 30여 개국에서 폭동이 일어났던 2008년 가격을 이미 넘어서고 있다. 밀 선물가격은 7월20일 현재 t당 347달러로 전월 대비 43.8%, 옥수수와 대두도 전년보다 20% 이상 급등한 t당 325달러와 646달러로 각각 올랐다.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최근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인도 등 주요 곡물수출국의 극심한 가뭄 탓이다. 일시적인 가뭄이나 재해라면 급등현상은 한시적으로 끝나겠지만, 최근의 기상이변은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패턴으로 불연속 반복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2007년 기후변화로 인해 대재난의 발생주기가 500년에서 10년 내지 15년으로 짧아지고 있다고 경고 했다.
우리 나라는 쌀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은 4.6%에 불과하며 세계 4위의 곡물 수입국으로 연간 1500여만 t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바로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쳐 에그플레이션을 유발 시킨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 아르헨티나, 캐나다, 호주, EU연합 등의 수출국이 세계 곡물수출량의 2/3을 점유하고 있다는데 있다. 이들 수출국들이 재해가 발생하거나 식량을 무기화 할 경우 돈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다.
실제 2008년 식량수급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수출국들의 수출 제한 조치로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1993년 쌀 생산량이 부족해 쌀을 수입하자 국제 쌀값이 70%나 폭등했으며 필리핀은 2008년 평년보다 4배나 높은 가격에 쌀을 수입했다. 우리도 1980년 이상저온으로 쌀생산량이 급감하자 국제시세의 2.5배에 해당하는 가격에 그것도 무려 4년 동안 강제적으로 쌀을 수입한 뼈 아픈 기억이 있다.
국제곡물가 폭등으로 수출국들의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이번 기회를 우리 농업을 살리고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 농업은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하나, 식량주권을 가격 경쟁력으로 논할 수 없다. 굳이 가격경쟁을 논하다 하더라도 그 가격경쟁은 현재의 가격, 즉 평상시 가격경쟁력에 불과하다. 수급이 불안정하거나 식량을 무기화할 경우는 현재의 가격경쟁력은 무의미 하다. 실제 수입 쌀과 우리 쌀 가격차는 10년 전 4.7배에서 1.8배로 좁혀 졌으며, 옥수수도 5년 전 4배에서 2배로 좁혀졌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반도체, 휴대전화, 조선산업도 당초부터 경쟁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기간산업으로 지정해 육성한 덕분에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곡물 수출국인 미국과 유럽도 식량자급과 국토보전 및 균형발전을 위해 농업 보호정책을 실시한 결과 수출국으로 발전했다.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식량위기 재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곡물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28위로 최하위권이다. 우리는 5000년의 농경문화를 가진 나라이고, 이미 일본으로 수출을 주도하는 파프리카를 비롯, 선인장 및 종자육종 기술 등 우리농업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지금부터라도 농업은 경쟁력이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농업을 지속성장 가능한 산업 그리고 식량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