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슈팅이 ‘축구종가’의 골망을 뒤흔들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 순간, 많은 국민들이 10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2002년 6월 22일 광주, 당시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세계 최강 스페인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에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골키퍼 이운재는 스페인은 네 번째 키커로 나선 호아킨 산체스의 슈팅을 선방했다. 2002년 8월 5일(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 밀레니엄 경기장,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영국을 그들의 홈에서 만나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이범영은 영국의 다섯 번째 키커 다니엘 스터리지의 골을 선방했다.
10년 전 올림픽 축구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였다. 홍 감독은 골문 왼쪽 윗구석으로 날린 슈팅을 성공시키며 월드컵 4강행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축구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기성용은 홍 감독과 똑같은 곳으로 슈팅을 날리며 사상 최초 올림픽 4강행을 확정지었다. 홍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서 한국 축구 새로운 역사의 기쁨과 극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마치 데자뷰를 보는 듯 닮은 두 승부.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각인된 한일월드컵의 기억은 홍 감독의 슈팅이다. 독일을 상대로 1점차 아쉬운 패배를 당한 4강전과 터키와의 3, 4위전은 희미하다. 그러나 올림픽 축구 대표팀에겐 아직 더 많은 미래를 만들 기회가 남아있다. 다음 상대는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다.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대이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어려운 상황들을 보란 듯이 극복하고 준결승까지 진출한 한국이다. 게다가 브라질은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말 그대로 ‘우승후보’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기회는 열려있다.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10년 전 데자뷰를 넘어 결승전 진출이라는 신화를 이룩할 준비 중이다.
정진영 기자 123@heraldm.com (사진)카디프(영국)=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