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애플의 아이패드와 아이폰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당한 삼성전자가 미국 본안소송 첫날부터 오히려 디자인을 들고 애플을 거세게 몰아부쳤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디자인이 소니의 스타일을 참고했다는 내용을 변론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사를 설득했고, 한차례 거절했던 판사는 이 부분을 애플과 협의하라고 명시했다. 다만 아이폰과 소니 디자인의 유사성을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증인이 증언을 거부해 향후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북부지방법원에서 ‘세기의 특허전’이라 불리는 삼성-애플 미국 본안소송이 시작됐다. 당초 배심원을 선정하고, 이들 앞에서 양사가 증거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두변론에 들어갈 내용을 결정하는 것부터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특히 삼성전자는 변론에 아이폰과 소니 제품의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내용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서리가 동그랗고 뒷면이 부드러운 점이 아이폰 디자인의 핵심인데, 이 역시 소니를 참고했다는 것. 이에 삼성전자는 본안소송 전 이 같은 내용을 입증할 증거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본안소송 첫날 삼성전자의 주장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애플측 변호사는 모두변론에 소니 스타일을 언급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루시 고 판사 또한 삼성전자가 배심원들에게 소니 스타일의 아이폰 증거를 보여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공세를 굽히지 않았다. 삼성측 변호사는 “본 증거는 애플의 아이폰이 소니 디자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됐고, 애플 역시 제품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다른 회사 제품을 모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루시 고 판사는 최초 입장을 번복해 “이 부분을 양사가 합의해 제시하는 내용을 검토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 역공을 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반면, 주장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 증인이 될 애플 디자이너 소환은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아이폰 디자이너였던 일본 출신 신 니시보리를 증인으로 요구했지만, 그는 건강을 이유로 이달 돌연 애플을 떠나면서 더이상 애플 직원이 아니어서 증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법원에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애플에 불리한 증언을 할 소지가 있는 인물이 사직서를 제출한 점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애플이 변론에 스티브 잡스 사진을 활용하는 것도 삼성전자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발표 슬라이드에 스티브 잡스 사진을 넣으려고 하자 삼성전자는 배심원들에게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불공정 행위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배심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재판부는 74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애플, 삼성전자, 구글 등에 근무하는 친구, 친척, 가족이 있는지 ▷스티브 잡스 자서전 등 소송 당사자 관련 책을 읽었는지 ▷삼성전자나 애플의 제품을 구매할 계획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 중심으로 최종 10명의 배심원을 선정했다.
일각에서는 복잡한 특허기술과 관련한 내용을 배심원들이 소상하게 이해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마크 램리 스탠포드 로스쿨 교수는 “배심원 후보 중에는 기술 관련 지식이 풍부한 실리콘밸리 출신도 많아 디자인중심의 애플보다 삼성에 우호적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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