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투자자의 마음은 같다. 보다 높은 수익을 갈망한다.
세계적 글로벌 투자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날이 갈수록 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이 나오는 건 바로 이 같은 투자심리를 시장에 있는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수익에는 그만큼의 위험이 따르는 법. 고수익 열망이 극대화한 어느날 폭탄이 터지게 마련이다.
20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도 최근 이 같은 폭탄을 떠안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금융파생상품에 잘못 투자해 지난 6주간 20억달러의 투자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투자손실이 최대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JP모건이 투자에 실패한 상품은 미국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CDS(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란 상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 이 상품을 처음 선보인 곳이 JP모건이요, 금융위기 당시 이 상품으로 글로벌 투자은행 여러 곳이 쓰러졌음에도 JP모건은 살아남은 바 있다.
CDS는 일정한 금액을 내고 국채나 회사채 등 관련 채권이 부도가 나면 투자금액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 부도를 맞더라도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셈이다. CDS를 파는 금융사는 CDS 프리미엄이라 불리는 수수료를 받게 된다.
CDS를 판 회사는 결국 국채 혹은 회사채가 부도나지 않으면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반면 부도가 나면 거액을 물어줘야 해 큰 손실을 떠안게 된다.
JP모건의 런던 법인 트레이더 브루노 익실은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 전망하고 이 CDS를 대거 판매했다. 그뿐 아니라 JP모건의 대다수 트레이더가 상승에 베팅했다. 그러나 시장은 예측과 반대로 움직였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다시 불붙으면서 채권 리스크가 올라가고, 한순간에 20억달러를 날리게 됐다.
문제는 손실을 어디에 떠안기느냐다. 실제로 JP모건은 손실 처리를 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 아시아판은 JP모건이 포지션을 청산하기도, 안고 가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CDS를 빨리 청산하면 보유 중인 대규모 물량 때문에 손실이 더 커질 수 있고, 점차적으로 줄일 경우 유로존 불확실성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으로 세계 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채권시장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이먼 CEO는 손실 사실을 발표하면서 “(손실을 낸)포트폴리오는 여전히 큰 리스크와 변동성에 직면해 있다”면서 “필요한 포지션은 보유하면서 변동성을 감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JP모건의 거액 투자손실에 대해 “글로벌 은행의 리스크가 불분명하고 관리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JP모건은 이 점에서도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미국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까지 JP모건 최고투자책임(CIO)실의 최고위험책임자(CRO)를 지낸 어빙 골드먼은 CIO실에서 트레이더로 일하던 2008년 1000만~1500만달러(약 116억~175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킨 인물이다.
CIO실은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 실패로 이번에 20억달러의 손실을 낸 부서다.
여기에 그가 이전 4년간 근무했던 뉴욕 소재 채권중개 전문업체 캔터피츠제럴드 주택저당증권(MBS) 투자 부서에서 3000만달러의 손실을 본 이후 해고 조치를 받은 전력도 문제시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각광받다가도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되는 파생상품의 투자 실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5년 영국 베어링은행은 싱가포르 법인의 수석트레이더였던 닉 리슨이 일본 주가지수선물 상품에 투자했다 14억달러를 날리면서 역사에서 이름이 지워졌다.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도 트레이더가 선물거래로 72억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뼈를 깎는 회생을 한 바 있다.
높은 수익만 좇는 이들이 담아둬야 할 사례를 JP모건이 또 한 번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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