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름이구나.’ 음원차트를 보면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지난해 여름은 걸그룹 전성시대였다. 여름 컴백 러시와 함께 섹시 콘셉트가 한번에 밀려들어왔다. 1년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섹시는 사라지고 ‘힙합’이 강세를 보이는 때다. 불과 1년 전 음원차트는 여름 걸그룹 대전이었다. 일제히 섹시 콘셉트로 돌아온 걸그룹들의 차트 점령이 치열했다.
마마무의 ‘음오아예’가 이른 6월부터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AOA가 치어리더 콘셉트로 ‘심쿵해’를 들고 나오자 마자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7월 컴백 러시는 더 치열했다. 나인뮤지스는 레시가드를 입은 앨범 재킷으로 각선미를 뽐내며 ‘다쳐’를 발표했고, 걸스데이는 소녀 이미지를 벗고 숙녀로 돌아왔다. ‘링 마이 벨(Ring My Bell)’로 돌아왔다.소녀시대는 8명으로 처음 ‘파티(Party)’를 내고 비키니 콘셉트를 선보였다.
가장 히트를 친 건 씨스타의 ‘쉐이킷(Shake It)’이었다. 섹시하면서도 발랄한 멜로디가 여름 분위기에 딱이었다. 발매와 동시에 당시 1위였던 AOA의 ‘심쿵해’를 꺾고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각종 음원차트에서 3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반짝 1위가 아닌 롱런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반해 올해 음원 차트는 계절을 가늠할 수가 없다. 올 여름 음원차트에선 섹시 콘셉트가 자취를 감췄다. 대신 Mnet ‘쇼미더머니 5’가 올 여름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그 중에서도 비와이의 성적이 압도적이다. 비와이는 현재 각종 음원차트에서 ‘데이데이(Day Day)’를 1, 2위에 ‘포에버(Forever)’는 상위권에 안착시켰다. 샵건과 씨잼, 샤이먼 도미닉 등 음원차트는 힙합으로 물들었다. 걸그룹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지만 섹시 콘셉트와는 거리가 멀다. 여자친구<사진>의 ‘너 그리고 나(NAVILLERA)’, 원더걸스의 ‘와이 쏘 론리(Why So Lonely)’가 비와이와 상위권을 다투고 있다. 여자친구는 청순함을 그대로 가져간 레트로(복고) 콘셉트로, 원더걸스는 레게 팝 장르로 섹시 콘셉트가 아닌, 걸크러시의 당당한 여성으로 돌아왔다. 걸크러시 대열에 합류한 또 다른 걸그룹은 언니쓰의 ’셧업(Shut Up)‘이다. 역시 발매와 동시에 상위권에 안착했다. 이 외에도 소나무, 구구단, 다이아 등 신예 걸그룹들도 섹시가 아닌 귀엽고 청순한 콘셉트로 여름 차트에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여름에 이어 또 다시 섹시 콘셉트를 들고 나온 AOA와 씨스타의 활약은 전에 비해 주춤했다. AOA는 해양구조대 콘셉트로 역시 섹시미를 강조한 곡 ’굿럭(Good Luck)‘을 들고 나왔지만 차트에서 금세 자취를 감췄다. 여름이면 빼놓을 수 없는 걸그룹 씨스타도 오리엔탈 섹시 콘셉트로 다시 한번 차트 점령을 노렸지만 이틀간 1위를 유지하고 이내 떨어졌다. 1년 새 음원 차트 판도가 완전 달라진 셈이다.
‘아이돌 연감2015’의 필자이자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 음악평론가 미묘(본명 문용민)는 “섹시와 청순이 오가는 주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여름이 섹시 콘셉트의 절정기였다면 올해는 신예 걸그룹의 경우 청순 콘셉트, 기존 걸그룹은 걸크러시적인 당당한 여성의 모습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금은 힙합이 대세인 시기”라며 “대중들이 음악을 듣는 성향도 여름이니까 섹시콘셉트 음악을 듣는 등 정형화된 패턴이 아니라 마니아 적이고 세분화된 취향에 맞춰 듣기 때문에 점점 계절적 요인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