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유엔 안전보장 이사회가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지 사흘만인 16일(현지시간) 의장 성명을 채택했다. 지금까지 안보리에서 결과물이 도출하는데 걸린 최단기 기록이다.
한국과 미국이 사전조율을 통해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을 설득한 게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역시 북한의 추가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예방주사 차원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韓ㆍ美ㆍ中 발빠른 대응=지난달 16일 북한의 로켓 발사 공표 이후 우리 정부는 미국ㆍ중국 등과 다각적이고 입체적인 외교적 노력을 해 왔다. 지난달 25일 서울 핵 안보정상회의에서는 한ㆍ미 정상들이 양자회담에서 단호한 대처에 합의한데 이어 26일에는 한ㆍ중 정상들이 북한의 로켓 발사 철회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지난 13일 우리는 미국 국무장관에게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전면에 나서달라고 요청하고, 14일에는 중국에 협조를 당부했다. 안보리 조치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나와야 북한에 국제사회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ㆍ미는 외교장관 협의를 통해 안보리 논의 결과물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핵심요소에 대한 공동 입장을 수립했다. 이런 공조를 바탕으로 13일 저녁부터 14일까지 미국과 중국이 협의를 진행했다.
미국과 중국은 24시간 이상을 교섭하며 여러 차례 어려운 고비를 넘긴 후 14일 오후 늦게 전격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의 수전 라이스 대사는 이를 전화로 우리 측에 알려오며 추후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은 이후 다른 3개 상임이사국과 일본에 통보했으며 나머지 비상임 이사국에도 의장성명 안을 회람시켰다.
안보리는 이날 오전 9시까지 ‘이의제기 기간(silence procedure)’을 거쳐 의장성명 안에 이견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오전 10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이의제기 기간은 특정 사안을 결정할 때 일정기간 반대가 없으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中, 북한 추가 도발 차단=그동안 북한을 두둔하던 입장이던 중국이 대북 안보리 의장성명을 빨리 채택하는 데 동의한 것은 북한 새 지도부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예고한 이후 북한의 새 지도부에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자 실망과 함께 북한을 견제하지 못하면 핵실험 등 추가 도발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은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의장성명보다 낮은 수준의 조치를 요구하는가 하면 북한의 로켓 추가 발사나 핵실험에 대해 안보리가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다는 내용에도 반대하는 등 북한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 이후 핵실험을 했던 전례를 고려해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가 추가 도발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는 분석이 유엔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도 로켓 발사 이후 핵실험을 하게 되면 중국으로서도 더이상 북한을 감쌀 명분이 없어진다. 특히 북한의 새로운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면 동북아 정세가 불안해진다는 점도 중국에게는 부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