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적인 악(La volupte du mal)

2008년 7월 13일 일요일, 중세 고딕풍의 거대한 행사가 파리 인근의 한 성채에서 열렸다. 18세 미만은 출입금지였다. 1757년 아일랜드인인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우리가 공포나 두려움으로 인한 감정으로부터 쾌락을 이끌어낼 수 있는 모순적인 존재라는 글을 썼다. 버크의 에세이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대하는 우리 생각의 기원에 관한 철학적 탐구’는 모든 고딕 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칸트의 주목을 끌었는데, 이 철학자는 보다 나중에 다음과 같이 글을 쓰게 된다. “하늘에 운집한 먹구름이 번개와 천둥 한가운데로 돌진한다. 번개와 천둥 다음으로는 폭풍우가 휘몰아친다. 거대한 대양은 태풍으로 인해 동요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저항 능력을 더없이 미미한 것으로 축소시켜버린다. 그러나 그 양상이 너무나 매혹적이기에 더욱 두렵게 느껴진다.”

질서와 이성이라는 이상의 뒤를 이어 무의식의 어머니인 밤, 모든 파렴치한 짓, 마네킹과 다름없는 여성, 사도마조히스트적인 인형이 드러내는 어두운 매력이 오늘날 인기를 끌고 있다. 망사 스타킹과 비닐 의상을 걸친 바비 인형이 도착적인 정서를 진솔하게 즐기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고딕은 빈혈증 환자의 얼굴, 덕지덕지 눈화장을 한 여성을 연상시킨다. 영화 ‘아담스 패밀리’에서 방금 튀어나온 모습이다. 무덤 저편의 창백함과 음울한 비탄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1970년대 말 이후 고딕 처녀는 지하묘소에서 바깥세상으로 뛰쳐나왔다. 쐐기풀로 짠 자신의 수의를 던져버리면서 그들은 콤플렉스 없이 도발적인 의상을 걸치기 시작했다. 코르셋, 피어싱, 핏빛 머리카락이 두드러진다.

‘페티시-고딕(Fetish-gothic)’이라는 행사는 파리에서 45㎞ 떨어진 보 르 페닐 성(城)에서 열렸다. 참가자는 800~1000명 정도다. 그들 모두는 ‘숭고한’ 검은색, 에로틱한 의상의 검은색에 대한 사랑으로 모였다. 뱀파이어 의상의 악마적인 아름다움을 그들을 사랑한다.

과도하게 칠한 눈은 어둠 속에서 번쩍거린다. 낭만주의와 착란을 뒤섞은 고딕의 다양한 모습은 단순한 나이트클럽 분위기의 밤을 ‘블레이드’나 ‘언더월드’ 스타일의 영화 배경으로 변모시킨다.

하지만 그들은 단일한 운동에 귀속되는 것을 경계한다. 고딕이냐고 물어보면 모두 아니라며 거부한다. 그들의 대답은 제각각이다. “나는 일렉트로인더스(Electro-indus)예요” 혹은 ‘배트케이브(Batcave)’ ‘콜드웨이브(Cold Wave)’ ‘일렉트로닉 보디 뮤직(Electronic Body Music)’ ‘다크 포크(Dark Folk)’라는 표현도 쓴다.

고딕을 추구하는 무리 중에는 극도로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구사하는 수십개의 동호회가 있다.

엘레지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는 앙브르는 “시끄러운 펑크 음악에서부터 수정처럼 맑은 루트 아르페지오에 이르기까지 그들 취향은 아주 다양하다”고 말한다.

고딕 대성당의 시금석(試金石)이기도 했던 음악은 조이디비전, 바우하우스, 프론트242, 시스터스오브머시, P.A.L. 같은 그룹도 불러 모은다. 고딕 여성의 의상은 이러한 음악적 경향 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들 사이의 유일한 공통분모는 거의 대개가 검은색 복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뱀피렐라 복장을 한 여성도 있고,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검은색 비닐 옷을 걸친 인물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켈트족 처녀 합창대 복장이나 할머니가 입는 긴 옷을 선호합니다. 다양한 취향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딕’이라 낙인 찍히기를 거부한다는 점이지요.

” 파리의 에드모니움 부티크에서 일하는 바르바라의 말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고딕 사람답지 않게 슬픈 표정이 없다는 점이다. 파리에서 그녀들은 맥주를 통째 소비하는 바에서 서로 만난다.

그곳에서 남자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안드로진, 다시 말해 남녀 양성인 스타일을 하고 있다. 르 카타 바(Le Kata Bar), 피아노 바슈(Piano Vache), 레 퓌리외(Les Furieux) 등의 바는 매주 짧은 치마와 망사 스타킹을 걸친 여성을 무더기로 받아들인다. 고딕 여성의 남자 친구는 자랑스럽게 눈화장을 하고 있다.

여성화한 댄디, 문신을 새긴 야만인, 긴 머리, 야수의 눈동자 등으로 차별화하는 이 ‘수컷 고딕’은 여성 고딕의 형상을 흉내내면서 자신의 유혹 능력을 구사한다.

만약 당신이 검은색 가죽옷이 있고, 무엇보다 젖꼭지에 검은색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 암컷 늑대의 시선을 한 여성을 사랑한다면 이 크루엘라 파티에 참석해보기를. 2008년 ‘페티시-고딕’에서는 SM(사도마조히즘) 탑과 3개의 댄스 플로어가 설치되었고 리지아크, 좀비, 에일리언 S 파간 등 7명의 유명한 디제이가 음악을 담당했다.

파티에 앞서 엘렉트로-고딕 페스티벌이 오후 2시부터 성의 잔디밭에서 열렸다. 오후 9시30분부터는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성의 복도를 채웠고, 지하실은 붉은색 조명으로 환하게 채워졌다. 밤새도록 이상한 풍경으로 성 전체가 넘실거렸다.

‘페티시-고틱 파티’는 공휴일 전날인 2008년 7월 13일 오후 9시30분부터 새벽까지 열렸다. 장소는 믈랭(Melun)에 소재한 보 르 페닐 성. 사전예약할 경우 10유로,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할 경우 20유로다.

(이미지는 에릭 크롤(Eric Kroll)의 작품)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