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류정일 기자]100일 연속 기름값 상승을 다시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기름값 인하 유인책이 맥을 못추고 있다.
개장 2주째를 맞은 석유제품 현물 전자상거래 시장은 고작 10건의 거래가 성사되며 외면받고 있고 알뜰주유소는 당초 목표로 했던 주변지역 기름값 인하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인터넷을 통해 석유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석유거래소는 지난달 30일 개장 이후 10일 현재 거래건수 10건, 거래량은 휘발유 12만ℓ, 경유 18만ℓ로 모두 30만ℓ에 불과했다. 휘발유의 경우, 4일간 거래가 한건도 없었고 지난 4일에는 휘발유와 경유 모두 거래가 단 한건도 없었던 사실상 개장휴업 상태다.
전자상거래 참여 업체는 4개 정유사를 비롯해 대리점과 주유소 등 200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직접 참여에는 아직 소극적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판매 창구가 새롭게 생겼지만 아직 직접 참여해야 할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다”며 “연간 단위로 거래한 주유소만 해도 수요처가 충분하고 솔직히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 참여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할 경우 리터당 5~6원의 세금 감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정유사들은 요지부동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주유소 공급가격이 있는데 전자상거래로 낮은 가격에 물량을 풀면 시장에 금방 소문이 나고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참가 신청이야 해 놨지만 꼭 거래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상황을 좀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석유시장은 일반적으로 매달 말에 거래의 50% 이상이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개선 여지는 있다는 관측도 있다. 월초는 대부분의 대리점이나 주유소의 저장탱크가 꽉 찬 상황으로 이달 중순 이후 소폭이나마 거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6일로 출범 100일째를 맞은 알뜰주유소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는 100원 싼 주유소를 표방했지만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하기만 하고 알뜰주유소 업자들 사이에서는 후회의 탄식 마저 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29일 첫 선을 보인 알뜰주유소는 농협주유소 332곳을 포함해 430여곳으로 크게 늘었지만 가격 경쟁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1호 알뜰주유소인 경기 용인시 처인구 K주유소는 초기 100원 저렴했던 가격이 현재 용인시 전체적으로 40원 가량 싼 정도로 희석됐다. 서울 1호점인 금천구 H주유소의 가격은 금천구내 10개 주유소 보다 오히려 더 비싼 상황이다.
경기도의 또 다른 알뜰주유소는 영업 개시일이던 1월 중순 보다 가격이 170원이나 올랐다. 동일한 기간 경기도 평균가가 120원 가량 오른 것에 비하면 오히려 일반 주유소보다 30% 이상 가격이 더 오른 셈이다.
일산에 사는 회사원 송 모(44)씨는 “알뜰주유소 폴만 보고 100원 더 쌀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점점 가격이 오르더니 주변 다른 주유소들과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가 됐다”며 “사은품도 없고 세차도 안 해 주는데 알뜰주유소에 갈 필요가 없어 과거에 다니던 곳에서 주유한다”고 말했다.
알뜰주유소 측도 힘들다는 반응이다. 무폴에서 전환한 수도권의 한 알뜰주유소 관계자는 “인근 경쟁 주유소에 공급하는 정유사의 영업 라인이 알뜰주유소의 사입 가격을 알고 밀고 당기기를 하며 가격 경쟁을 하는 바람에 장사가 안된다”며 “정부는 수시로 가격 조사를 하고 인하를 요구하지만 리터당 70원도 안되는 마진으로는 임대료와 인건비, 카드수수료 등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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