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무조건 살아 남아야 하는 시점이다. 삼성ㆍ애플 공세에 올 하반기엔 도태되는 기업 나올 수도 있다.”(지난 23일 팬택 주주총회)
“우리도 무기력증에 빠져 과거의 열정을 잊지 않았는 지 돌아봐야 한다, 우리 만의 가치 없으면 영속할 수 없다.”(지난 29일 팬택 창립 21주년 기념행사)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최근 열린 공식행사에서 연이어 긴장감에 가득찬 발언을 뱉어내 주목을 끈다. 지난해 전년 대비 30% 성장한 3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18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성과를 낸 박 부회장은, 목에 잔뜩 힘을 주기는 커녕 더욱 매서운 눈빛으로 나타났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거쳐 4년 8개월 만에 졸업장을 손에 얻은 그는,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박 부회장이 소기의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만족 경계론’은 지난 29일 상암동 본사에서 열린 21주년 창립기념식에서 더욱 절절하게 배어났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공세가 거세다”며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만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물론 경쟁사에 상대적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가치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특히 “수 십 년을 영속하는 기업은 훌륭한 문화와 위기극복 노하우를 갖고 있는 동시에 조직이 관료화하기 쉽고 구성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도 높다”며 기업개선작업 졸업 후 ‘첫 생일’을 맞은 임직원들에게 더욱 고삐를 죌 것을 주문했다.
박 부회장이 달리는 말에 당근이 아닌 채찍을 가하는 이유는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적자생존의 위기감을 온몸으로 절감하기 때문이다. 삼성과 애플의 양강 체제가 더욱 굳어지는 가운데, 그 동안 쓴맛을 봤던 LG마저 절치부심 끝에 올 상반기부터 야심작을 쏟아내며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판매 2위 팬택을 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선 화웨이, ZTE 등 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와 중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3대 PC업체 델이 미국에서 스마트폰 생산 중단을 밝히면서 그가 예견한 기업도태 사례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국내 휴대전화 업계의 ‘산증인’ 박병엽 부회장. 그의 질책은 단순히 임직원들의 정신을 재무장시키기 위한 잔소리가 아니다. 20년간 한 업계에 종사하며 동물적 본능을 바탕으로 업계에 고하는 진심어린 쓴소리인 것이다.
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m.com
killpa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