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강화와 신사업 재편, 그리고 주주들의 반란.’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호텔신라 등 주요 대기업의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린 16일. 이날 주총에선 이런 세 가지 흐름이 뚜렸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제철의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현대제철의 품질관리를 총괄하는 부회장직을 수행하게 되어 주목을 끌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주주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약속했다. 삼성전자는 LCD 사업부 분사를 승인하며 사업재편에 속력을 붙였다.
반면 포스코 주총에서는 정관 일부가 회사가 내놓은 원안이 아닌 주주가 제안한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주주들의 반란(?)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책임 경영 강화=현대제철 이사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엔지비, 현대오토에버 등기이사에 이어 6번째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게 됐다. 자동차와의 직접적인 연관 산업이자, 그룹의 또하나의 사업 축인 철강 분야에서 정 부회장이 회사 경영을 직접 챙기면서 책임 경영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등기이사가 되면 이사회 멤버로서 주요 업무에 대한 보고를 받게된다”며 “오너가 해당 기업을 직접 진두지휘할 경우 그룹내 위상도 달라진다”고 했다. 다만 정 회장 부자가 그룹내 6개사의 등기이사(사내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를 각각 겸직하게된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이를 극복하는 것은 과제로 여겨진다.
업계 관계자는 “등기 이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집행임원(CEOㆍCFO 등)을 감시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며 “여러 기업의 등기 이사를 동시에 수행할 경우 제대로 일을 하기가 쉽지 않고, 기업간 이해상충시 누구의 편에서 일을 할지가 애매해진다”고 지적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주총을 통해 제2 도약을 선언했다. 이 사장은 “2012년 한해에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위해 굳건한 의지를 갖고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기 극복 위한 신사업 재편=삼성전자는 이날 서울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연 주총에서 LCD 사업부 분사를 승인했다. LCD 사업에서의 효율과 생산성 극대화를 추구하고, 신성장사업과의 연결고리를 확대키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업 재편과 맞물려 상시리스크 경영 체제를 표방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신사업 강화를 강조하며 “올해 전자산업 재편은 더욱 가속화되고 글로벌 경쟁 역시 심화될 것이지만, 삼성전자는 주력사업의 경쟁력 격차 확대, 차별적 신가치 창출, 미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매출 성장세와 견조한 영업이익 창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현 부품 부문 총괄 부회장은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삼성전자의 ‘투톱’ 위치를 다졌다.
KT는 주총에서 이석채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재선임했다. 재선임된 이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5년 주주총회 전까지 3년이다. 이 회장은 주총을 통해 탈(脫)통신, 글로벌 진출 등 ‘2기 KT의 비전’을 제시했다.
다음달로 예정된 약가인하로 최대 위기를 맞은 제약사들도 정관 변경을 통해 신사업을 대거 추가했다. 화장품, 동물의약품, 분유 등 연관사업은 물론 사료제조나 여행업 등으로 눈을 돌렸다.
녹십자는 프랑스 제약사와 제유 프리미엄 맞춤형 분유를 도입키로 했으며, 보령제약은 사료 및 동물의약품 제조ㆍ판매를, JW중외제약도 부동산 매매ㆍ임대업 등을 신규사업으로 정관에 등재했다.
▶주주의 반란, 해프닝도=정준양 회장의 연임을 승인한 포스코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입김이 확연히 세졌음이 입증됐다. 사채발행을 대표이사에게 일임하는 정관 신설과 관련해 기존대로 이사회 결의로 수정됐고, 이사의 보상 및 책임 경감과 관련한 신설 항목도 주주들의 반대로 삭제됐다.
개정 상법에 따라 신설된 조항으로 ‘이사가 업무를 게을리 해 회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는 경우 이전 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사외이사 3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면제한다’는 안건이 올려졌으나 주주들이 책임경영 악화 소지가 있다고 반대해 결국 무산됐다.
양재동 사옥에서 열린 현대차 주총에서는 미국 앨라배마주의 이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NGO단체 회원이 참석, 앨라배마 GDP의 2%를 차지하는 현대차가 주정부의 지나친 이민법 강화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약 30분 가량 전개해 주총이 길어지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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