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0회> 끝까지, 죽을 때까지 (55)

남들이야 어쨌거나… 백광돌과 꿀떡처럼 붙어 있던 강유리는 몸이 오지게도 달아오르던 중이었다. 백번 강조하지만 불은 꺼져 어둡고, 클럽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가슴은 펄펄 뛰는데…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설왕설래, 횡설수설 하는 프렌치키스마저 끈끈하게 이어지곤 했으니…

“못 참겠어, 오빠.”

먼저 무너진 쪽은 강유리였다. 촉촉하고 향기롭고, 뜨거운 입술을 한껏 내어주는 판에 어찌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오빠면 어떻고 매니저면 어떠한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서로 극한 상황을 달리다가 스스로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져든다 한들 또한 어떠하리. 죽을 때 죽더라도 침대로 달려가야만 하는 것이 오늘의 운명이었다.

“그래, 나도 못 참겠어.”

그들은 만원버스 속을 헤쳐 나가듯 겨우겨우 클럽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서로 팔짱을 낀 채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백광돌의 팔에 매달려 걸으면서도 마음은 벌써 침대 위에 머물러 있었다. 어떤 브래지어를 착용했더라? 가슴 곡선을 살려주려면 푸쉬 업이 강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네오 몰드 제품으로 입고나왔어야 했는데…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려면 컵 레이스 상변의 스톤이 섬세한 것으로 골라 입었어야 했는데… 팬티는? 스팡글 모티브를 포인트로 준 비대칭 팬티를 입었어야 섹시하게 보일 텐데…

남자를 따라 룸으로 향하는 여자가 이런 생각에 젖어있다면 필경 그 남자를 무지하게 사랑한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 그녀는 어느새 백광돌을 사랑하고 있었다. 사랑이 별거더냐? 좋아하면 사랑이지. 하지만 서로 좋아하면서도 함부로 ‘몸 친구’가 될 수 없었던 불편한 관계… 그 관계를 오늘만큼은 깨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이걸 어쩌지? 아무리 뒤져도 이 근처엔 방이 없어. 오늘이 몬테카를로 랠리 결승 날이기 때문이야.”

“그럼 어쩌지요?”

마음이 달떠서인지 그녀가 뻔뻔스럽게 앞서 걸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호텔이나 모텔, 미니 모텔에 이르기까지 ‘빈 방 없음’이란 사인램프만 반짝일 뿐이었다. 이걸 어째야 하나. 백광돌은 그만 맥이 빠진 채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얇은 망사스커트 끝자락이 나풀거리는 모습으로 보아 그녀는 까치발을 모아세우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모양이었다.

‘아, 저 완벽한 에스라인!’

욕정이 끓는 상태에서 그녀의 뒤태를 보고 있자니 죽을 지경이었다. 까치발을 세우고 목을 길게 뽑아 올린 그녀의 뒷모습은 진정 일품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목덜미를 따라 부드럽게 흐른 어깨선이 S자를 그리면서 요염하게 허리 옆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그 허리를 당장에라도 부여잡고 아! 아! 거사를 치르고 싶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빈 방 찾기를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돌아선 그녀는 백광돌의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가슴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사랑하는 남자의 품에 안겼지만 더 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유리야, 따라 와.”

문득 무엇을 발견했는지 백광돌이 그녀의 손을 낚아채더니 재빠르게 어둠 속을 가르며 뛰기 시작했다. 그녀도 망사스커트가 깃발처럼 펄럭일 정도로 정신없이 따라 뛰었다. 그들이 뛰어 들어간 곳은 곧 벌어질 몬테카를로 랠리 폐막식에서 하늘로 쏘아 올릴 불꽃놀이용 축포 열두 대를 기다랗게 천으로 덮어놓은 일종의 천막이었다. 하지만 욕정에 눈 먼 그들은 그 천막 안에 줄지어 늘어선 검은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할 겨를조차 없었다.

“하늘이 돕는 거야. 이렇게 훌륭한 공간이 있었다니.”

천막 안은 어두웠다. 좁고도 기다란 스티로폼으로 이루어진 바닥 위에 1미터 정도 높이의 천막이 길게 펼쳐져 있었지만 빈 방을 찾던 두 사람에게는 천상의 낙원이나 다름없었다. 열두 쌍의 지지대가 받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지지대는 사람의 키만큼 벌어져 있어서 그 사이에 눕기로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니 얼마나 신났을까. 강유리가 먼저 지지대 사이에 누웠고 백광돌이 그 옆에 모로 누웠다. 역시 천국이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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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