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복숭이냐 민숭이냐, 끝없는 논쟁’ (Velu ou lisse : l’eternel debat)
아랫도리에 난 털을 없애는 것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수세기 전부터 이 주제는 격론의 대상이 돼 왔다. 털북숭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남성적 가치의 귀환을 주창하는 반면, 민숭이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유’를 더 선호한다. 두 개의 입장 사이에 장 다 실바(Jean Da Silva)와 같은 옵서버들도 존재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서구 여성은 음모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 중 45%는 남자들 역시 이에 동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성기 제모에 대한 불신이 너무도 강했던 10년 전만 해도 일부 여성 미용시술사들은 남자 손님 받기를 거부했고, 항문 제모를 요구하는 여성들을 집으로 되돌려 보냈다.
제모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존재한다. 2007년 남자들의 아랫도리 털을 깎는 전기면도기가 시판되면서 들끓었던 반응은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제모 시술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었다. 에세이집 ‘털북숭이에서 민숭이로, 성기 제모의 역사와 미학’ 속에서 장 다 실바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차별화된 젠더 구분, 그리고 남성적인 것은 털북숭이, 여성적인 것은 ‘민숭이’로 인정하는 도식을 뒤흔든 제모는 인류학적이고도 문화적인 기준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됐습니다. 또 부정적으로는 풍습이 표류하는 신호로, 긍정적으로는 육체의 자유를 갈구하는 신호로 해석됐지요.”
제모에 대한 의견은 아주 다양하게 나뉜다. 장 다 실바는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람들의 전형적인 첫 번째 반응은 소비주의에 반대하는 유치한 글들이다. “우리나라에는 돈이 넘쳐납니다. 사람들은 어디에 돈을 낭비해야 할지 모릅니다.” 두 번째 반응은 쾌락주의와 관련된 것이다.
“당신에게 성기 제모를 권합니다. 시원하니 기분이 좋아요.” 세 번째 반응은 냉소적인 데다가 환멸을 느끼는 태도를 보여준다. “도시 생활이 너무나 따분해 아랫도리의 털을 깎는 일 말고는 할 게 없어요.”
네 번째 반응은 남성 혐오나 여성 혐오증에 대한 향수(鄕愁)와 관련된다. “나는 남녀 양성적 존재를 추구하는 이러한 일탈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완전히 기준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니까요.” 네 번째 반응과 그다지 거리가 멀지 않지만 덜 역겨운 다섯 번째 반응은 제모 속에서 포르노 영화를 통한 남성미학의 평등화를 발견해 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포르노 영화들을 접해온 소년들이 ‘18세 미만 금지’ 등급을 바라보는 시각으로부터 비롯된 결과입니다.” 약간 거칠게 요약하자면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어요. 남성성이나 털은 진짜 남자, 사나이를 의미하는 헤테로들의 몫이고 민숭이 몸매나 털 없는 애송이 얼굴은 호모나 여자 같은 남자에게 어울리는 모습이지요?”
사실 털북숭이와 관련된 모든 토론은 여성과 남성의 대립구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고약한 것은 이 토론이 수십세기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고대에 플리니우스는 로마제국의 풍습을 해치는 것으로 ‘밀랍과 기름 도유(塗油)’ ‘뜨거운 욕탕’ ‘여성처럼 만드는 제모’를 들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멋을 내는 것 때문에 심한 공격을 받기도 했다.
수에토니우스의 저서 ‘황제전’에 따르면 카이사르가 “수염을 깎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제모까지 했기” 때문이다. 풍자시인 마르시알(Martial)은 신랄한 시를 통해 동일한 입장을 되풀이한다. “네가 가슴 털을 자를 때/다리와 팔에 난 털을 밀 때/그리고 음경 주위의 털을 제거할 때/플로랑이여, 넌 당연히 여자 친구를 생각하겠지/하지만 엉덩이 털을 밀 때 너는 누구를 생각하니?”
여자들 역시 이 부위를 핥고 쓰다듬기 좋아한다는 사실을 마르시알은 몰랐던 것 같다. 아랫도리 제모에 반복적이고도 격렬하게 반대하는 자들이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자명하지 않은가?
박학다식으로 무장하고 제모라는 주제를 건드리는 장 다 실바는 역사 속의 놀라운 에피소드들로 충만한 책을 썼다. 이 비밀스러운 행위에 대해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축적한 그는 주제에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당신은 피에르 루이스(Pierre Louys)가 난징에 거주하던 일본 창녀들의 감미롭고도 부드러운 성기를 놀라울 정도로 묘사하면서 전 세계 여성들의 제모에 관한 책을 써낸 사실을 아시는지? 13세기부터 16세기까지 여성들이 “주위에 그 어떤 거미줄도 쳐 있지 않은 잘 정돈된 비너스 방”을 지녀야 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당연히 털을 제거한 음부를 가진 몽파르나스의 키키(Kiki de Montparnasse)가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포즈를 취하기 위해 가짜 털을 그렸던 사실을 아시는지?
가장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영국의 예술비평가 러스킨(Ruskin)에 얽힌 이야기이다. 그는 라파엘 전파 화가들을 옹호했던 인물이다. 1848년 러스킨이 아름다운 에피 그레이라는 여성과 결혼했을 당시 그는 총각이었다.
조각품을 제외한다면 한 번도 여성의 벗은 몸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결혼식 첫날밤, 그는 자기 아내의 치마 밑에서 자기가 기대하던 하얗고도 불룩한 부분, 털이 없는 성기를 찾아내지 못하자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로 인해 결혼은 파국을 맞는다. 6년 후 에피 그레이는 자신이 여전히 처녀라면서 이혼을 요구했다. 그레이는 여자 친구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산부인과 검사를 받으며 자신이 느꼈던 혹독한 굴욕감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남편이 기형이라 판단한 자신의 음부를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털이 그녀를 괴물로 만들어버렸다고 러스킨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장 다 실바의 에세이집 ‘털복숭이에서 민숭이로, 성기 제모의 역사와 미학’은 콩플렉스 출판사가 출간했다. 2006년에 한 화장품회사는 ‘제모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현재 견해, 태도 및 행동거지’를 조사해 달라고 여론조사기관 Ipsos에 주문했다. 조사에 따르면 26세 미만의 여성 73%가 털을 제거하고 있었다.
반면 26세 이상의 여성들 경우 그 비율은 50%로 떨어졌다. 76%의 여성들은 제모가 유혹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대답했으며 배우자가 원할 경우 제모를 할 준비가 된 남성들이 이런 견해에 동의했다.
연령대별로는 차이가 컸다. 젊은이들의 경우 그 비율이 82%인 반면, 노인들의 경우 42%가 동의했다. 2년 전에 북미 지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녀들 거의 전부가 팔과 다리의 털을 제거하고 있었다. 또 그들 중 75%가 성기의 털을 제거한다고 답했다. 소년들의 경우 그 비율은 57%에 달했다.
(이미지는 장 쿠쟁의 ‘에바 프리마 판도라’, 마네의 ‘술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