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Old soldiers never die).”
18대 회기 동안 국회 밖에서 움츠리고 있었던 민주당 베테랑들이 내년 총ㆍ대선 선거시즌을 앞두고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한때 정치권을 주름잡던 강자들의 귀환이 ‘안풍(安風)’이라는 거센 흐름을 이겨낼 수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된다.
29일 오전 당대표실로 향하는 정대철 상임고문과 김태랑 전 국회사무총장의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모임은 손학규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출마자들에게 지도부 선출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비공개로 마련한 자리였다. 정 상임고문은 5선의 중진으로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직을 역임했고 김 전 사무총장도 신민당 시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을 40년 간 보좌한 정통당료 출신이다.
이날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차기 당권에는 한명숙 전 총리ㆍ정균환 전 원내대표ㆍ김한길 고문도 출사표를 고심하고 있어 현역 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족쇄’를 벗은 한 전 총리는 아직까지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30일 강원도 원주시에서 강원도당 민주당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당권행보로 봐도 무방할 만큼 활발한 당내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 전 원내대표는 4선으로 당내 입지가 두텁고 김 고문은 대외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한편 민주당의 또다른 ‘거물 정치인’으로 18대 총선에서 낙마한 김근태 상임고문의 원내 복귀 여부도 큰 관심사다. 김 상임고문은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에게 패배했던 서울 도봉갑에 재출마할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근태계’는 열린우리당 시절 ‘정동영계’와 함께 당내 계파를 양분할 정도로 거대한 일가(一家)를 이뤘다. 그러나 그를 포함한 측근들이 18대 총선에서 ‘멸문지화(滅門之禍)’로 불릴 정도로 대거 낙마하면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만약 이번에 김 상임고문이 국회로 복귀한다면 민주당에 무게감을 더해 줄 가능성이 높다.
김 상임고문은 지난 10ㆍ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당시 박원순 무소속 후보의 지원유세에 참여하며 정치권과 교류를 계속해 왔다. 하지만 그의 최종 출마는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악화된 건강의 회복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위와 같이 민주당 OB들은 풍부한 정치경험과 높은 인지도가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은 젊은 세대와 경쟁을 벌여야 하고 달라진 정치풍토에도 적응해야 하는 등 녹록하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한다.
일단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가 걱정이다. 베테랑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김태랑 전 사무총장, 정균환 전 원내대표가 43년생으로 동갑이고 한명숙(44년생)ㆍ정대철(44년생)ㆍ김근태(47년생) 상임고문이 뒤를 잇는다. 김 상임고문은 손 대표와 나이가 같고 김한길 고문이 52년 생으로 젊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52년생)ㆍ홍준표 대표(54년생)와 비교하면 이들의 나이대가 더 높다. 최근 기성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 안풍도 이들이 넘어야 할 관문으로 보인다.
노병이 다시 사라질 지 아니면 화려하게 금의환향(錦衣還鄕) 할 것인지 19대 총선을 보는 또다른 관전포인트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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