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6> 끝까지, 죽을 때까지(1)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1월 19일, 새해 첫날과도 같은 설렘으로 발랑스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동안 몬테카를로 랠리가 열리기만을 기다려오던 선수들은 저마다 머신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피아트, 스바루, 시트로엥, 푸조, 미쯔비시… 스폰서를 알리는 커다란 스티커를 사방에 붙인 채 우승을 노리는 명차들이 광장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우르릉, 우르릉!’

선발 차들이 머플러에서 불꽃을 뿜으며 달려가고 그 뒤로 또 한 무리의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가는 중이었다. 유럽 각국에서 몰려든 기자들, 멀리 남미에서부터 출동한 방송차량들, 엄청나게 몰려드는 관광객들, 구급차, 순찰차, 자원봉사요원, 기마순경대… 구름처럼 몰려와서 그물처럼 얽히기 시작한 인파는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 한쪽 틈에 유호성 선수의 출전을 저지시키려는 의도를 품었던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한쪽에 자리 잡고 모여 있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신희영이 이끌고 다니던 해외원정 골프단이라고나 해야 할까?

“광돌 씨, ‘호크아이’라고 쓰인 차를 찾아봐요. 얼핏 보면 상어처럼 생긴 차… 그 차에 왕회장님 아들 유호성 씨가 타고 있어요.”

강유리는 짐짓 신희영의 귀에 들릴 만큼 큰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하긴 신희영을 비롯해서 강준호, 매니저인 백광돌, 하다못해 천 부장, 조 차장에 이르기까지 목을 사슴처럼 늘여 뽑고 유호성이 모는 재규어 XKR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유한솜은 그들과는 상관없이 전혀 다른 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정리하자면 신희영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유호성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건만 정작 신희영의 외동딸인 유한솜은 다른 남자… 권도일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이다.

“에라, 이것아! 두 달이 넘도록 오빠 코빼기도 못 봤단 말이야?”

아침도 굶었으니 얼마나 배가 고플까. 더구나 왕비처럼 살아오던 그녀가 이리저리 인파들 틈에 휩싸여 발등을 밟히고 있었으니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하물며 랠리경기가 시작되는 오늘 아침까지 아들 유호성의 안부조차 듣지 못했으니… 신희영은 애꿎은 유한솜에게 계속 신경질을 부려대고 있었다.

“도통 연락이 되질 않는데 어쩌라고.”

“네 오빠는 운전수 따위가 되어선 안 될 사람이야. 세계적인 골프선수로 성공해야만 할 사람이라니까?”

히스테리겠지… 유한솜도 엄마 신희영의 말에는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불에 그을린 자동차, 페인트칠도 제대로 하지 못해 녹슨 철판이 그대로 노출된 낡은 자동차, 그러나 어느새 사랑하게 된 권도일이 모는 1974년산 치타가 나타나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모님, 저기 유호성 선수의 라이벌 차가 오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론 30년도 넘은 고물차라던데요? 그런 차로 랠리에 나서다니… 라이벌은 고사하고 망신이나 당하지 않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틈을 헤치며 유민그룹 직원 한 명이 신희영에게 다가와 이렇게 고했다. 유호성의 호크아이 팀을 지원하기 위해 그룹에서 따라나선 행정전담 요원이었다. 신희영이야말로 아직까지는 어엿한 회장 사모님이었다. 그러니 그 요원으로서는 어떤 수고라도 아끼지 않고 상황보고를 해야 할 입장이었다.

“그래요? 망신스럽게 웬 똥차?”

“거성에서 우리 유호성 선수를 우습게 본 모양입니다. 이번 기회에 유호성 선수가 단단히 혼을 내주면 좋겠어요. 아드님이야말로 우리나라 랠리를 이끌어 갈 유망주이자 꿈나무 아니겠습니까?”

“시끄러워요. 당신 이름이 뭐야? 누가 내 아들을 우습게 본다고 그래요?”

신희영은 대뜸 큰소리부터 질렀다. 가뜩이나 열 돋는 판에 풀무질을 해대다니… 어쨌거나 똥차나 모는 거성 따위에서도 아들을 우습게 여긴다니 한심하기만 했다. 이 모든 것이 남편 유민의 무능한 탓이라고 여겨지자 머리에서 스팀이 새어나올 지경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