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열망을 품은 도전 (37)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모름지기 작전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성공확률이 높은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 떼를 소탕했던 아덴만 여명작전도 그랬고, 역사에 길이 남을 엔테베 작전도 마찬가지였다. 3단계의 전략을 구상하고 차례차례 진도를 펼쳐가던 강준호 앞에서 신희영은 맥없이 무너지는 중이었다. 1단계 작전, 그녀는 유민회장의 간교함을 재인식하고 두려움에 떨었으며 2단계 작전, 이혼과 동시에 알거지가 될 것이란 말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웬걸, 3단계 작전에서는…

“벌건 대낮에 누워보기는 오랜만이에요.”

그녀를 침대 위에 쓰러뜨린 지 이미 오래였건만 강준호의 아랫배에서는 도통 아무런 반응이 전해져 오질 않았다. 계획 없이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기 때문이었다. 60살 가까운 남자의 말초신경은 전투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늘 문제였다. 우선 시각이 충분히 작동되고 후각이 작동 된 뒤에 미각에 슬슬 발동이 걸릴 때쯤 해서야 꿈틀꿈틀 말초신경이 살아나곤 했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으니 몸 따로 마음 따로 일 뿐.

“그러게나 말이오. 커튼 좀 치고 와야겠어. 참새들이 엿보는 것 같아서 자꾸 창문 쪽으로 신경이 쓰여요.”

와이셔츠 단추가 모두 풀리고, 이내 신희영의 손놀림에 따라 어깨부분까지 훌렁 벗겨지던 상황에 강준호는 잠시 침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말초혈관… 말초의 말초혈관, 직경이 0.2mm 밖에 안 된다는 지겟작대기의 말초혈관까지 흥분의 열기가 도달하려면 적어도 10 여분 동안은 명상에 잠겨있어야만 했다. 고요한 명상의 단계에 몰입하여 그녀의 은은한 몸 내음을 느끼고, 귓불과 목선과 어깨를 타고 흐르는 짭짤한 미각을 깨우쳐야만 할 것인데 지금은 모든 것이 여의치 않았다. “유럽의 겨울하늘은 너무 음산해요.”

그는 두 겹으로 이루어진 커튼을 드리웠다. 잠자리 날개처럼 엉성한 베이스 커튼이 쳐지자 낭만적인 분위기로 흠씬 빠져들던 방안 분위기는 두꺼운 벨벳 커튼이 드리워지자 영화관처럼 짙은 어둠에 잠기고야 말았다.

“커튼 치지 말아요. 남에게 들키지만 않으면 되지요. 드라마틱 한 게 좋잖아요?”

“그래요? 그럼 이렇게 반만 쳐볼까?”

그는 베이스 커튼을 그대로 드리운 채 여밈 끈을 찾아내어 벨벳커튼의 허리부분을 조심스럽게 옭아매기 시작했다. 커튼 한 겹에 이리도 방 안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을까? 그가 끈을 조이면 암전된 상태와도 같았던 실내가, 끈을 조금씩 늦추자 마치 여명이 터오는 것처럼 희붐하게 밝아지는 것이었다.

“이 정도만 열어놓을까?”

이를테면 시간 끌기였다. 강준호는 커튼을 여미거나 벌이는 동작을 계속하면서도 속으로는 시간을 재고 있었다. 미칠 노릇이었다. 실내 분위기는 커튼을 타고 들어오는 조명의 양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어갔지만 그의 심정은 여전히 암흑 상태였다.

“스톱! 난 그 정도 조명이 좋아요. 강프로 님의 실루엣이 영화배우처럼 여겨져요. 굿! 멋있어요. 역시 강 프로님은 로맨티스트야.”

이런… 신희영은 초현실적인 로맨스를 시도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초월하는 사랑을 연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임을 그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어째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신희영과의 전면전에서 완승을 이끌어내기 위한 3단계 전략의 마지막 단계이건만 신은 어째서 나를 외면하는 것일까.

“그래요, 신 여사님도… 시… 실루엣이 멋지군요… 어, 어억!”

“내 곁에… 아! … 강프로 님이… 있다는 게 정말… 든든해요, 아, 아!”

커튼을 핑계로 아무리 시간을 끌어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신희영이 손을 뻗어 그의 바지혁대를 쑥! 뽑아냈기 때문이었다. 헐렁한 면바지는 허물이 벗어지듯 스르륵 발목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 순간 속삭이듯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어쩜, 이리도 멋지게 생겼을까? 영화배우 알 파치노가 울고 가겠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