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승자는 또 다시 안철수 원장이다 될 것인가. 몸싸움과 단독 표결 처리라는 낡은 정치의 캐캐묵은 공식을 다시 꺼내 든 정치권에서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를 무기로 한 안 원장의 몸값만 높혀주고 말 것이라는 우려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7일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당의 단독 표결 처리, 이를 막는 야당의 육탄저지는 국민들에게 기존 정치권의 물갈이 필요성만 재 확인시켜줄 것이고, 결국 그 여론의 지지는 안 원장에게 가고 말 것”이라며 안 원장 좋은 일만 시켜주는 상황을 우려했다.

실제 안 원장의 무임승차 가능성은 현실화 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야당 성향의 시민단체와 여야 정치권에서는 수 차례 한미FTA에 대한 입장 표명을 안 원장에게 요구했지만, 그는 1500억 원 기부로 정치권만 머쓱하게 만들었다. 정치에 나서는 조건으로 한미FTA에 대해 줄서기를 요구한 기존 정치권에, ‘젊은이의 고통’과 ‘나눔 기부’라는 차원이 다른 답으로 존재감을 더욱 높힌 것이다.

그 가운데 트위터와 인터넷에서는 한미FTA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 “안 원장은 우리 편일 것”이라면서 그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을 침묵을 통해 현실화 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민본21’ 주최로 열린 ‘젊은 대학생에게 듣는다, 3040 세대는 왜 한나라당을 외면하는가’라는 토론회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FTA는 잘 모르지만 몸싸움 하는 것은 진짜 싫다. 대화로 해결해야 하는데 그것을 안하니 정치를 불신하고 박원순 시장을 뽑은 것”이라며 안 원장 신드롬을 대변했다.

여야 정치권도 이 같은 현상을 머릿속으로는 인지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정치 계산기를 거두고, 국민을 바라보며 이성과 상식의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지금까지 우여곡절 겪으며 대화와 타협을 이어 왔는데, 여기서 국회 파국으로 몰고가는 어리석은 짓 안 하길 바란다”(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같은 발언이 이날 오전 여야 회의에서 쏟아져 나온 것도 이 같은 우려를 간접 표현한 셈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 같은 안 원장 열풍과 무임승차 논란과 관련 “여야 모두가 통 큰 정치를 해야 한다. 폭력 국회는 일어나지 않도록 간곡히 엎드려 부탁하고 싶다”며 “안 원장도 이제 안개만 피우지 말고 당당하게 태도를 분명히 밝힐 때가 됐다”고 정치 원로로써의 입장을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