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처리 의견 대다수”
지연따른 비준 차질에
與협상파도 기류 변화
24일 본회의 처리땐
野 예산안 등 보이콧 우려
내달 2일·9일 D데이 유력
한나라당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단독처리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두언 의원은 17일 “강행처리라는 용어는 맞지 않다. 표결처리가 맞고 (야당의) 강경저지가 있을 뿐”이라며 “이견이 있으면 절충하고, 절충이 안되면 표결처리하는 게 초등학교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협상파의 대변인 격인 홍정욱 의원도 “할 만큼 했으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득세하고 있다. 기류는 강행처리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며 폭풍전야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단독처리 시점을 두고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몸싸움 구태’라는, 상대방이 원하는 전략에 걸려들 우려 때문이다. “날짜를 정해놓고 하기보다는,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김정권 사무총장의 말은 이런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경파 24일 단독처리...“급하면 진다”=강경파들은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를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 야당과 타협의 여지가 없는 만큼, 차질없는 비준 이행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논리다. 김성식 의원은 이날 오전 민본21 조찬 모임에서 기자들과 만나 “강경파들은 24일로 잡고 있는 것 아니냐”며 “(표결 처리시)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상당수”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도 “민주당의 요구를 이제 100% 받아들인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면서 국회법 처리를 강조했다. 홍 대표는 전날 재선 이상 의원들과 만나 24일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다자간 자유무역협정)참여를 선언하는 등 미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감안, 정부에서도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조속한 처리를 주문했고, 외교통상부 역시 더 이상 늦추면 곤란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예산안 처리 끝나는 다음 달 2일 또는 9일이 유력= 하지만 한나라당이 24일 본회의 강행처리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불 보듯 뻔한 물리적 충돌과, 이를 빌미로 한 야당의 새해 예산안 및 각종 민생 법안까지 보이콧하는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 달 2일 또는 9일 본회의를 D-데이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한ㆍ미FTA와는 별개로 현재 여야 간 원만하게 진행 중인 각종 법안과 새해 예산안 처리를 보기 좋게 마무리하고, 불가피한 몸싸움을 해야 그나마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음 달 초 처리 주장은 협상파 내에서 주로 지지를 받고 있다. 협상파 한 관계자는 “18대 국회 들어와 매년 예산안을 놓고 날치기 논란을 불러 온 만큼, 선거를 앞둔 현 시점에서 또다시 예산의 단독처리는 부담스럽다”며 “피해자 모습 연출이 필요한 야당의 속내를 뻔히 알면서 동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협상파의 목소리가 높아진 점도 주목된다. 최근까지만 해도 들리지 않았던 한ㆍ미FTA 찬성 목소리가 지난 17일 의총을 계기로 실체있는 상당한 세력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좀 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홍정욱 의원은 “민주당 의총 결과를 보더라도 2 대 8이던 여론이 5 대 5가 됐다. 합의처리 쪽으로 분위기가 전환됐다는 것”이라며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협상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들 한나라당 협상파 의원들은 오후 열릴 의원총회에서도 이 같은 논리로 강경파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