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 하와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환율과 무역불균형,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전례 없이 충돌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의회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국 개발지원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부와 의회가 잇달아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면서 미ㆍ중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과 중국 간 신경전이 뜨거운 가운데, 미국 의회가 중국에 대한 각종 개발지원 프로그램 중단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는 16일 회의를 소집해 395만달러 규모의 대중국 개발지원 예산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클린에너지 기술개발과 야생환경 보호를 위해 책정한 국제개발협력처의 예산을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공화당의 만줄루 의원은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중국 기업들의 기술개발을 돕는 데 돈을 쓸 이유가 없다”며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했다. 여기에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해소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공화당의 예비대선후보인 룸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있다”면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상무부도 솔라월드인더스트리스아메리카 등 7개 미국 태양광전지 제조업체가 제출한 탄원서를 받아들여 중국 업체들의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업계는 중국 정부가 감세와 특별대출, 수출보험 제공, 수출보조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국 기업을 지원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업체들이 다른 나라 업체들보다 값싼 제품으로 시장을 휩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8월 말에는 미국이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내고 있는 국제 에이즈ㆍ결핵ㆍ말라리아 퇴치기금(GFFATM)이 대중국 원조자금을 대폭 줄인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는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의식해 힘을 합쳐 발빠르게 대중 압박에 나서는 모습이다. 마치 국내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만들려는 미국식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보는 느낌이다. 이 같은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미국을 비난하고 중국 외교부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일자리가 내년 미국 대선의 당락을 좌우할 변수라는 점에서 최대 시장이자 통상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은 대미 강온 대응전략을 구사하면서 큰 틀에서는 협력하면서 내부의 조그만 갈등들을 처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아킬레스 건인 영토, 인권, 대만 문제 등에는 양보하지 않겠지만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볼 것으로 전망한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전문가는 “중국은 미국이 펼치고 있는 대중 공세의 배경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우회적으로 방어하면서 실리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pys@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