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열망을 품은 도전 (24)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유한솜! 내 어여쁜 동생,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하얗게 빛을 되쏘는 알미늄 바디… 재규어 XKR은 멈춰 선 상태에서도 우릉 우릉 엔진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치 낮은 음의 진혼곡이 연주되는 것처럼 울려 퍼지는 재규어의 포효는 잠시 듣고만 있어도 그녀의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잠시 후, 거울처럼 태양빛을 반사하던 차창이 스르륵 내려지면서 환하게 웃는 유호성의 얼굴모습이 드러났던 것이다.
“세상에… 세상에… 오빠!”
유한솜은 그를 보자마자 눈부터 하얗게 흘겼다. 세계적인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하는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휴대전화마저 꺼놓고 연락두절의 상태로 잠수를 탄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의도가 역력했다.
“여기가 동네 놀이턴 줄 알아?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엄마가 보냈어. 오빠 응원하라고.”
“어쭈? 팔짱을 다 끼고… 한 실장과 사귀니?”
아하! 그랬지… 한승우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지…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한승우의 팔을 뿌리치고 두어 걸음이나 옆으로 물러섰다. 한승우도 겸연쩍기는 매일반이었다. 겹겹이 포장해놓았던 비밀을 대번에 들켰으니 무어라 변명할 여지도 없었다.
“어머나 무슨 그런 말을… 팔짱 낀다고 사귀는 건가?”
“야, 임마. 장난 놀다가 애 배는 법이야.”
“됐고요, 머무는 숙소나 알려주셈. 엄마한테 꼰질러 바쳐야겠어.”
“됐다고 그래. 우린 서로 만나지 않은 걸로 치자.”
“경기는 언제 시작해? 오빠.”
“1월 19일, 두 달쯤 남았다. 응원할 생각은 하지도 마. 얼굴 팔리니까.”
“왜? 꼴찌 할까봐?”
“임마, 꼴찌 할 놈은… 따로 있어. 방금 내 앞으로 지나간 놈.”
“아! 불에 그을은 똥차? 개그맨 운전수?”
대충 이런 식으로 둘 사이의 인사는 끝났다. 그렇게 농담처럼 인사를 주고받긴 했지만 유호성은 그 잠깐 동안에 한승우의 태도를 유심히 곁눈질 할 수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하는 둘의 태도로 보아 둘 사이의 관계가 아직은 꿀떡처럼 눌어붙지는 않았음을 직감했다. 평소에도 기생오라비 같은 한승우의 모습이 왠지 마뜩치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졌다.
“개그맨이라고?”
“국제경기에 그런 똥차를 몰고 나와서 어쩌겠다고? 유치한 개그 아니야?”
“그 작자… 나름대로 멋진 놈이다. 38년이나 묵은 똥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나를 우습게 본단 말이야. 처음엔 핫바지로 봤는데 볼수록 그게 아니란 생각이 들어. 목숨을 건 놈 같기도 하고… 하여간 응원한다고 나대지 마라. 간다!”
유호성은 이 한 마디를 불쑥 던진 채 유유히 사라져 갔다. 그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동안 뒤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가이드 차량들도 저마다 굉음을 내며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아마 유호성은 가이드 팀을 이끌고 사전답사를 나선 모양이었다. 어둠의 SS, 고통의 SS, 인내의 SS… 스페셜 스테이지(Special Stage)를 뜻하는 세 구간의 SS를 돌며 그는 장차 피를 튀기게 될 경기에 대비하는 중이었을 것이다.
하긴… 그 남자는 나름대로 멋진 놈일지도 모르지. 베트남 크루즈 선에서도 제 아버지를 따라 목숨 내놓고 바다로 뛰어들었으니까… 문득 유한솜은 이런 생각에 빠져드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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