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8>열망을 품은 도전 (11)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니스에서 리옹까지는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거리였다. 기내에서 기지개 몇 번 켜고, 쇼핑목록이 담긴 잡지를 조금 훑어보았을 뿐인데 벌써 여객기는 착륙을 시도하기 위해 기수를 낮추는 중이었다.
“어쩌면 도시가 이렇게 아름다울까? 저 많은 언덕, 그리고 언덕에 늘어서 있는 집들 좀 봐요.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뭐지? ‘마농의 샘’ 이던가?”
일거수일투족 감시를 당하던 신희영으로부터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나온 해방감 때문이었을까? 유한솜은 싱글벙글, 입이 귀 언저리에 걸려 있었다.
“아마 저 아래가 프로방스일거야. 프랑스 남부 지역이지.”
벽돌색 타일로 덮인 지붕과 흰색의 벽이 조화를 이루면서 사방 푸른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 풍경은 그림과도 같았다. 하얀 벽으로 태양이 내려 쬐면 마치 무지개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잠시 아련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그것이야말로 색채가 햇빛에 몸을 풀면서 발산해 내는 늦가을 프로방스의 매력일 것이었다.
“저기 보이는 것이 옛 수도원일 거야. 지금은 어쩌면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호텔로 개조했을지도 모르지. 농장 한 가운데에 들어서 있으니 얼마나 한적할까? 마음까지 풍요로워질 것 같군.”
손바닥만이나 한 비행기 차창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 한승우는 몸을 바짝 들이밀고 있었다. 그러니 유한솜의 가슴이 얼마나 팔딱일까. 그녀는 아래 보이는 저택이 수도원이든 고시원이든 알 바 아니었다. 그 옆에 펼쳐진 숲길을 걸으며 마음이 풍요로워지든 어떻든 그 역시 알 바 아니었다. 오로지 그곳이 호텔이라면… 한승우의 품에 안겨 다부진 어깨를 끌어안고 사랑가나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런 호텔에서 잠자게 되면… 아마 다음날 아침에는 새소리 때문에 눈을 뜨게 될 거예요. 그렇지요, 오빠?”
한편으론 가슴 뜨끔한 말이었지만 내심으론 기다리고 있던 반응이기도 했다. 어차피 열흘 남짓 한솜이와 지내야할 판이니 같은 호텔에 묵으며 먹고, 마시고, 잠들어야만 할 것이다. 다만 각방을 쓰느냐, 한 방을 쓰느냐가 문제일 따름이었는데…
“실장님이란 엄연한 호칭을 두고 오빠라니요?”
걸림돌로 여겨지던 조 차장이 정색을 하며 끼어들었다. 투숙지를 니스로 선택하는 바람에 자칫 목이 날아갈 뻔했던 조 차장에게 신희영이 부여한 이번 임무는 ‘공주님 단속’이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 남녀를 발랑스로 보내면서 어찌 뒷단속을 하지 않았을까? 신희영은 두 젊은이의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여 시시때때로 보고하되, 만약 둘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기미가 보이면 즉시 제지시키라는 엄명을 내렸던 것이다.
“만약에 내 딸과 한 실장 사이에 조금이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게 되면 조 차장은 즉석에서 사표를 쓰는 거예요. 알겠죠?”
눈썹 양 끝을 바짝 올려 세우며 다짐 받던 신희영의 모습은 조 차장에겐 저승사자와 다름 없었다. 그러니 변변한 종신보험도 들어놓지 못했고 마땅한 퇴직보험도 가입하지 못한 조 차장으로서는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해야만 할 터! 조금이라도 둘이 가까워지려는 냄새만 풍겨도 입에 거품을 물었다.
“여기가 뭐 회사예요? 그리고 내가 유민 그룹의 사원인가요? 해외여행 까지 와서 실장님이라고 하는 것보다 오빠라고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아요?”
유한솜은 이렇게 발끈했다. 한승우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무관심으로서 조 차장의 말을 일축했다. 그는 여전히 창밖의 풍경을 내려 보기 위해 몸을 창 쪽으로 들이 밀었는데… 점점 그의 몸이 압박되어 올수록 유한솜의 가슴은 팔딱이다 못해 그만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오빠, 저기… 저~ 아래 보여요?”
한승우는 그녀가 가리키는 저~ 아래를 보기 위해 더욱 몸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 실장의 묵직한 체중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해야 조 차장을 따돌릴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중이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