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개 부족 화합 최대난제

석유이권 지도부 분열 가능성

과격세력 ‘제2아프간’ 우려도

NTC “8개월내 선거 치를 것”

내각구성까지 시일 오래걸릴듯

42년간 리비아를 철권통치해온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20일(현지시간) 고향인 시르테 인근 토굴에서 사망했다.

철옹성 같았던 카다피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순간이었다. 지난 8개월간 목숨을 걸고 싸워온 리비아 국민들의 눈에서 승리와 기쁨의 눈물이 쏟아졌다. 독재와 맞서 투쟁하고 있는 중동의 다른 국가에도 희망의 불꽃이 타올랐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다. 카다피가 죽었다고 리비아에 곧바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재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국민들은 이제 자신의 손으로 카다피가 없는 리비아의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엉망이 된 치안, 새로운 지도자 선출, 부족 간 갈등 봉합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오랜 장기 독재로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구심점이 없는 리비아가 과연 안정적인 민주국가를 세울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중지란=올해 2월부터 8개월여를 끌어온 리비아 내전이 비록 국민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다양한 부족과 지역 간 갈등으로 리비아의 화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족이 150여개에 달해 부족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 또다시 분열이 심화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알카에다 세력 같은 이슬람 과격세력이 등장하면 ‘제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기에다 카다피를 지지하는 잔당들이 소요를 일으키기라도 하면 가뜩이나 엉망인 치안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최근 “카다피가 남긴 무기를 이용한 보복 공격과 약탈에 따른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향후 정국과 석유 주도권을 둘러싸고 반군 지도부의 분열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반(反)카디피 세력을 결집한 기구인 국가과도위원회(NTC)에 국민들은 물론 국제사회의 기대감이 쏟아지고 있다. NTC가 계파 간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대국적인 자세로 리비아의 재건에 힘을 쏟을 수 있느냐가 리비아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NTC는 포스트 카다피 시대를 위해 짜온 로드맵을 바탕으로 앞으로 8개월 내로 선거를 통해 의회를 구성한 뒤 새 헌법을 만들어 다당제 민주국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수많은 부족과 정파 간의 이해관계 조정에 미숙한 단점을 드러낸 바 있어 NTC 내각 구성까지는 시일이 다소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NTC에 카다피 체제에서 이탈한 장관은 물론 반정부 인사, 해외 망명자, 아랍민족주의자 등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카다피가 그동안 반정부 세력을 철저히 탄압하면서 국정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적다는 점도 NTC의 역량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포스트 카다피 이끌 지도자=카다피의 사망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누가 포스트 카다피 시대를 이끌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비아의 임시정부 역할을 해온 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위원장은 이변이 없는 한 포스트 카다피 시대를 이끌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카다피의 42년 장기집권이 끝나도 안정을 위해 NTC가 존속하겠지만 8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간 안에 헌법에 따라 권력 이양을 위한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잘릴 위원장은 카다피 정권에서 2007년 법무장관을 지냈지만 지난 2월 민주화 시위 이후 카다피 정부의 실탄 사격에 항의해 즉각 사임했다. 그는 카다피 축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로부터 NTC가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마르 알하리리도 지도자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1969년 카다피 주도의 쿠데타에 참여했지만 1975년 동료 장교들과 함께 카다피 정권 전복을 모의하다가 발각돼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 알하리리는 이후 15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1990년 감형돼 출소한 뒤 토브루크에서 연금생활을 해오다 NTC에 합류했다.

이와 함께 칼리파 헤프티르 장군과 NTC 부위원장인 압델 하페즈 고카도 포스트 카다피 시대를 주도할 인물로 꼽히고 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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