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현 정권 고위인사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연일 언론에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를 제시하면서 검찰은 난감한 표정이다. 이 회장의 주장이 구체적인데다 사회적 관심도 높은 상황에서 조사를 하지 않을 순 없지만 이 회장의 주장만으로 무턱대로 가속패달을 밟을 순 없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차 검찰 소환 뒤인 4일 기자들을 만나 신 전 차관에게 법인카드를 3개 줬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마지막 법인카드의 전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이 회장은 밝혔다. 그러면서 나머지 법인카드 사용명세는 “검찰이 수사의지가 있으면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바라는 검찰의 수사의지란 지난 2009년 SLS그룹 워크아웃 과정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자신이 야당의 자금줄로 낙인 찍혀 2조4000억원짜리 회사를 한 순간에 강탈당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금품제공 폭로를 지렛대로 워크아웃 과정의 ‘기획수사’를 밝혀낸다는 전략이다. 이 회장은 오는 6일이나 7일에 검찰에 다시 출석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의 방점은 조금 다르다. 신 전 차관을 비롯해,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등 이명박 정부의 고위 인사가 거론되는 만큼 ‘측근비리’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검찰은 신 전 차관에 건네진 돈의 대가성과 구명로비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신속한 수사를 강조하면서 이 회장의 계속되는 폭로에 대해선 “같이 맞장구 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김우영 기자/kw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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