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균열 우려 딛고 EFSF 확대안 통과…2차 구제금융안 승인 미지수·여론악화 등 과제 ‘첩첩산중’
29일 주요 외신들은 대륙판 ‘철의 여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의사당에서 의원들에 둘러싸여 활짝 웃는 사진을 실었다. 최근 외신을 타고 오는 메르켈 총리의 사진은 고개를 숙이거나 한숨을 짓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재정위기가 갈수록 깊어지는 가운데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을 이끌고 있는 그를 웃게 한 것은 독일 하원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 표결의 승리였다.
‘메르켈의 운명의 날’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번 투표는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 시험대이자 유로존 위기의 또 다른 고비였다. 특히 이번 표결에서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기독교사회당(CSU), 자유민주당(FDP) 의원 330명 가운데 31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일부에서 예상했던 연정의 균열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이번 투표를 통해 메르켈이 얻은 소득이다. 아직은 빠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날 의사당 분위기로만 본다면 표결 결과는 메르켈에 대한 강력한 지지여서 2013년 3선 도전도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기뻐하기는 이르다. 유로존 위기는 최악의 재앙을 피해 한숨을 돌렸을 뿐 갈 길이 멀다. 본인이 스스로 재협상론을 제기했듯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에 대해 당사국인 그리스와 유로존의 합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의회 승인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등 재정 불량국가를 돕는 것에 대해 독일 민심이 갈수록 사나워지고 있다. 실제로 CDU는 최근 수도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패배하는 등 올 들어 치러진 7번의 지방선거에서 전패했다. ▶관련기사 3·17면
메르켈 총리는 독일 여론을 의식, 그리스 등에 강력한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국의 생각은 다르다. 경제사정 역시 좋지 않다. 2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치는 등 세계경제 위기가 독일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점도 그에겐 부담이다. 유럽연합(EU) 무용지물론이나 유로존 해체설이 나오는 것도 유럽 1위 경제대국인 독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2005년 독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제2차세계대전 이후 최연소, 첫 동독 출신이란 타이틀과 함께 총리에 오른 그가 가장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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