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무용은 음악에 맞추어 율동적인 동작으로 감정과 의지를 표현하는 예술 장르로 이해되고 있다. 인간의 문화예술행위의 원천이 동작과 소리인데, 육체의 움직임에 의해 비로소 소리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무용이 예술행위의 원천이라는 논평도 있다.
무용을 감상하다보면 동작으로 온갖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위해 인간과 자연, 사회에 대한 깊은 탐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사회적기업인 나우무용단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아우르는 퓨전 예술단이다. ‘육체문화운동’, ‘동작표현의 자유 캠페인’을 거쳐 몸짓과 근육을 활용한 표현력이 날로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우무용단의 ‘춤 연구개발(R&D)’에 나선 단원들의 고민은 연일 계속된다. 아울러 다른 예술 장르와 비교할 때 ‘들이는 공에 비해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무용예술의 ‘비경제성’ 역시 무용인들이 겪는 애환 중 하나다.
인간에 대한 깊은 탐구, 인문학적 소양과 연기력 배양 등을 병행하고 있는 무용수들은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논평은 무한한 무용표현 만큼이나 다양하다.
나우의 수석무용수 김병화는 ‘망망대해까지 빨아들이는 스펀지’라고 했다. 무용을 통해 표현기법과 콘텐츠가 무한하다는 뜻이다. 가히 자연과 사회, 인간과 우주를 모두 흡수할 태세다. 김병화는 “무용은 알면 알수록 빠져들고 또한 거기에 흡수되어 빠져나올 수 없는 판타지의 연속”이라고 부연했다. 100회가 넘는 공연을 자랑하는 김병화는 안무에도 관여한다. 가족과 친구를 만나고, 거리의 시민들을 보면서, 한여름 종달새의 힘없는 지저귐을 들으면서도 춤에 대한 상상력을 발동할수 있고, 사물,사람으로부터 얻은 영감은 안무회의에 발제되는 것이다. ‘보이고 느끼는 모든 것은 춤’이라는 철학이 반영된 김병화의 정의이다.
4년차 ‘전통의 달인’ 오은경 역시 무용의 전지전능한 힘을 믿는 듯 하다. 오은경은 “무용수는 언제 어디서든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절대자”라고 했다. 무대에서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을 후회없이 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고픈 일, 관객 개개인이 바라는 희망을 무용수 오은경이 구현해줄수 있다는 것이다. 무대를 준비하는 현실의 고단함이 있어도 ‘꿈은 이뤄질수 있다’는 희망을 무대에서 쏠 수 있기에 감내할 만 하다. 재기발랄한 오은경은 당돌했지만, 그 이유가 분명했다.
3년차 박송이는 ‘농부의 굳은 살’이라고 무용과 무용인의 삶을 정의한다. 씨앗을 뿌려 경작해 수확을 얻기까지 노동을 쏟아부으면서 생긴 굳은살처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라고 박송이는 설명한다.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 동작으로 감성을 표현하던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 신에게 의탁하면서 축복과 기쁨의 춤을 추었듯이, 춤에는 삶과 문화, 인간의 역사가 숨어 있다는 뜻이다. 박송이의 손발에는 농부 부럽지 않은 ‘흔적’이 적지 않다.
막내 이진주는 ‘초코렛’이라고 했다. 그녀는 “기분이 우울하거나 힘이 없을 때 초코렛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무용수 삶도 이와 같은 것 같다. 막상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할 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가끔 우울감도 느껴지지만 공연을 할 때 내 모습을 보면 초코렛 하나 입에 먹었을때의 기분처럼 달콤하다”고 말한다. 내가 기분좋게 공연하면 관객도 기분이 좋아지고 나와 관객이 초코렛을 나눠먹는 느낌이란다. 초코렛 속에서 약간 느껴지는 쌉소롬한 맛은 치열한 연습, 준비때의 고단함이라고 이진주는 설명했다.
이효원은 ‘무용은 화초를 키우는 일’이라고 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리도 울었듯이, 무대에 올려진 하나의 창작품 속에는 그간 무용수의 노고가 집약돼 있다는 것이다. 이효원은 “화초를 키울 때 매일매일 적당한 공기 습도 물 등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구상해서 시나리오를 함께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공연날에 맞춰 내 컨디션을 잘 조절하는 일에 이르기 까지 세심함과 열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리고 앳된 용모의 이효원은 그러나 “잘 키운 화초이지만, 잡초처럼 강해야죠”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박세희는 ‘늘푸른 희망’을 얘기했다. 박세희는 “무용수의 삶은 나무”라고 했다. 스스로 자라나 때때로 꽃을 피워 인간의 감정을 정화하고, 그늘을 만들어 더위에 지친 어르신의 쉼터가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열매를 맺어 사람들의 배를 불리고, 죽어서도 숯이 되어 인간 삶을 윤택하게 하는 불길이 된다는 뜻이다. 무용수 역시 소외층에 웃음을 주고 건조한 도시민에게 활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박세희는 설명한다. 생애 모든 주기에 걸쳐 무용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희망의 메신저가 되고 있다는 자부심이 박세희에게서 느껴진다.
하아롱은 춤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들어 ‘희망’을 얘기했다. 하아롱은 “무용수의 삶이란 한줄기 빛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이 메시지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고, 어찌하면 사랑과 행복을 시민들에게 전해줄수 있을까, 고민하고 동작해보고, 연기해보는 과정에서 조금씩 빛이 들기 시작하고, 마침내 어둡던 무대에서 자신에게 강한 ‘각광’이 비춰진다는 것이다. 하아롱은 “어둠 속에서 희망의 빛을 찾기 위해 온 몸의 모든 감각이 빛을 향해 뻗어가는 느낌”이라고 정리했다. 하아롱은 무용수 식 희망찾기는 관객들의 희망찾기 노력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란의 ‘무용수 정의’는 마음을 짠하게 한다. 헌신과 나눔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는 무용수의 숙명 혹은 사명감이다. 조영란은 “무용수의 삶이란, 화려한 정원의 안개꽃”이라고 했다. 장미와 백합, 수선화와 국화 등 각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정원에서 그들을 꾸며주는 백색의 안개꽃이 무용수의 삶이자 사명이라는 것이다. 나우무용단은 무용의 대중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안식과 에너지를 제공하고, 소외층 무료 나눔공연을 기꺼이 하고 있다. 어린 무용수가 일주일에 부산 목포를 오가기 일쑤다. 나우무용단들을 보고싶다는 복지관 어르신들의 부름 때문이다. 조영란은 “영란 돋보이네”라는 나우무용단 후원회원들의 칭찬에 “저도 숨어있어요”라면서 안개꽃의 겸손함을 표현했다.
<함영훈 기자@hamcho3> /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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