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5회>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0
골프 원정 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유한솜이었다. 골프연습이 끝난 후엔 서로가 대충 짝을 맞춰 식사를 하러 가거나 관광을 나서곤 했지만 막상 유한솜은 혼자였다. 원정 팀의 핵이며 주인공인 강유리의 옆에는 늘 매니저 백광돌이 따라다녔고, 잘 알다시피 신희영의 옆자리엔 강준호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곤 했다. 박 대리와 공 과장은 어차피 함께 다닐 수밖에 없는 군번이었고…
“역시 승우 오빠밖엔 없어요.”
유한솜은 진정 반, 어리광 반으로 한승우의 팔에 매달려야만 했다. 사실 그녀가 학교를 빠지면서까지 하와이 원정에 따라온 이유는 분명했다. 한승우… 그를 뒤따라 다니며 관찰하고, 검토하고, 결국엔 해부를 해보겠다는 심사 아니었던가.
그러나 한승우는 철저히 그녀를 경계하고 있었다. 왜냐고? 물론 영리하기 때문이었다. 작년 여름 베트남 여행을 하던 날, 그는 이미 재벌 사모님인 신희영의 속마음을 간파했고 그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적절히 그녀의 포로가 되어주곤 했던 것을 아직 귀밑에 솜털뿐인 유한솜이 눈치챌 턱이 있을까?
“나는 지금 바쁘거든? 어제의 연습 결과를 분석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해야 되고, 내일 라운드 할 골프장 컨펌도 새로 받아야 하고…”
한승우는 궁색한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그는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유한솜이 불나방처럼 자기에게 대든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여자 나이 스물이면 갓 따놓은 풋사과처럼 상큼한 매력으로 넘쳐날 것이란 사실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청해서 신희영의 포로가 된지 오래였다. 왜냐고?
‘수박씨가 아무리 잘 여물었어도 당장 눈앞에 놓인 자두 한 알보다는 못하지.’
이런 생각을 예전부터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당장 목이 마르다는 거였다. 잘 여문 수박씨를 울 밑에 심으면 장차 큼직한 수박으로 자라날 것은 불문가지. 그러나 언제 그 수박이 자라나길 기다린단 말인가. 이를테면 배고플 때 먹는 라면 한 그릇이 배부른 뒤에, 혹은 영양실조로 쓰러진 뒤에 푸짐하게 차려놓은 갈비찜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 셈이었다.
“잠깐 시간 좀 내달라는 거예요. 딱 1분만!”
유한솜은 한승우에게 쪼르르 다가오더니 어깨 위에 두르고 있던 커다란 타올을 대뜸 벗어던졌다. 그러자 붉은 꽃잎 두 장이 눈앞에 수려하게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비키니 수영복 차림에 커다란 타올만을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어때요 이 수영복? 어울려요?”
붉은 꽃잎 형태의 비키니 수영복은 앙증맞았지만, 그 안에 받쳐진 스무 살짜리 젖가슴은 어느새 농익은 수밀도와도 같이 탐스럽기 그지없었다. 남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자의 젖가슴이 이런 모양일까? 원추형의 매끄러운 곡선 위에 투명하면서도 분홍빛을 내는 유두… 손바닥으로 받쳐 들었을 때 적당한 무게가 느껴지는 그 감각. 사과보다는 크고 참외보다는 작은 그 부피… 차마 맨 정신으로는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어느새 이토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랐을까? 유한솜…
“음, 예쁜걸?”
하지만 한승우는 무뚝뚝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나이 어린 연인… 가정교사로 지내던 시절, 한때 그의 마음을 온통 빼앗아 가기도 했던 재벌가문의 어린 딸. 그러나 당장 목이 마른 한승우에게 그녀는 이제 겨우 여물기 시작한 수박씨와 다름없었다.
“무슨 대답을 그렇게 성의 없이 해요? 치사하다 정말!”
유한솜이 마치 촬영 중인 모델처럼 그의 눈앞에서 뱅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녀는 마음속의 연인이었다. 비키니를 걸친 그녀의 실루엣을 보면서 허벅지 안쪽이 파르르 떨려오는 것만 봐도 그 사실을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신희영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려 이미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처지 아니었던가. 신희영은 탐욕스러운 거미였고 사방에 끈끈한 거미줄을 드리운 포식자였다. 그는 신희영이 거미줄로 돌돌 감아놓은 미래의 먹잇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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