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만 하는 ‘뤄훈족’

경제적 부담 때문에 늘어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벌거숭이 상태의 맨손으로 결혼하는 ‘뤄훈(裸婚)’을 놓고 중국 젊은이가 고민하고 있다. 중국의 젊은 세대는 결혼에 뒤따르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뤄훈’을 선택하고 있지만 빵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1980년대 출생한 중국의 ‘80허우(后)’ 사이에서 무 결혼식, 무 드레스, 무 반지, 무 신혼여행, 무 주택, 무 자동차 등으로 요약되는 ‘뤄훈족’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결혼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이 없어 달랑 혼인신고만 하고 신혼생활을 시작하는 도시 젊은이다.

베이징의 한 무역회사에 다니는 왕모(王) 씨는 “농촌에선 땅이 없으면 눙누(農奴)이고, 도시에선 집이 없으면 팡누(房奴)라고 부른다. 대학까지 나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집값과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갖출 것 다 갖추고 결혼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 TV 드라마 ‘뤄훈스다이(裸婚時代)’는 요즘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나는 차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고 다이아몬드 반지도 없지만 평생 당신과 함께할 마음이 있다”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사랑 하나로 결혼생활이 이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을 중심으로 현실론자 사이에선 뤄훈은 일종의 기만이며 물질적 기초가 있어야면 결혼생활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최근 9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는 남성의 75%는 뤄훈에 찬성하지만, 여성의 73%는 뤄훈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여성 대부분이 결혼에 대해 남성보다 현실적이고, 행복의 조건으로 물질생활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여성 네티즌은 “9위안짜리 수입인지를 사서 혼인신고만 하고 산다는 것이 과연 행복할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결혼식도 안해주는 남자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겠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한 남성 네티즌은 “우리 부모님 세대는 대부분 다 맨몸으로 결혼했다”면서 “결혼조건으로 집, 차 등을 운운하는 것은 사회가 병들었다는 증거”라고 분개했다.

결혼문제 전문가인 공하이옌은 양청완바오(羊城晩報)에서 “결혼이 행복할 것인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인생에 있어 진정한 사랑을 얻기란 쉽지 않다.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용감하게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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