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당국이 물가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14일 발표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는 작년 같은 달보다 5.5% 상승했다. 2008년 7월 6.3%를 기록한 뒤 3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식품가격이 11.7%, 주거비는 6.1%나 오르며 물가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쌀과 함께 가장 중요한 생필품인 돼지고기 값이 사상최고치를 경신, 비상이 걸렸다. 돼지고기 값은 작년 5월부터 오르기 시작, 1년여 사이에 무려 43.5%나 올랐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평균 값은 현재 ㎏당 17.45 위안(약 2915원)으로 돼지고기 파동이 일었던 지난 2008년의 17.16 위안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실제 대도시 시장에서 팔리는 값은 이보다 훨씬 높다.

국제농산물 가격상승으로 사료 값이 오른 데다 최근 기온이상으로 돼지의 출산율이 떨어져 사육두수가 줄고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급이 달린다는 소식까지 퍼지면서 돼지고기 값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고기는 중국인의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 민감한 품목이다. CPI 산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관찰지표다.

이같은 돼지고기 가격폭등에다 ‘고기와 쌀의 고향’이라고 불려온 창장(長江) 중ㆍ하류 일대에 50년만의 가뭄이 들면서 농수산물 가격도 크게 올랐다. 게다가 휘발류값과 전기값 등 공공요금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베이징 왕징(望京)에 사는 주부 왕리리(王麗麗·42)씨는 “고기 뿐 아니라 다른 식료품 가격도 올라 서민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장보기가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장젠(張建·32)씨는 “집값은 미친듯이 뛰고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는 잔뜩 올랐다”면서 “좋은 차 몰고다니는 공무원 양반들이 이런 고통을 알겠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처럼 물가상승이 이어지자 인민은행은 은행 지급준비율을 0.5% 포인트 전격인상, 유동성 흡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준율 인상은 지난달 18일이후 1개월여만이며 올들어 벌써 6번째다. 이에따라 오는 20일부터 대다수 은행들의 지준율은 21.5%로 상향 조정된다. 이번 지준율 인상으로 3500억 위안 안팎의 시중 유동성이 흡수될 것으로 분석된다.

당초 시장에선 지준율 보다는 금리를 올릴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그러나 그리스 등 유럽권의 재정위기, 일본 대지진, 미국의 경기위축 등으로 글로벌 경기의 회복속도 둔화 우려가 높아지자 금리인상보다 파급력이 덜한 지준율 인상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3개월째 둔화되는 등 성장속도가 예상보다 빨리 늦춰져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금리 대신 지준율을 선택된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현재 물가상승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의 긴축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따라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상하이 푸단(復旦)대 쿵아이궈(孔愛國)교수는 15일 원후이바오(文匯報)에서 “금리정책도 중요하지만 유동성을 축소하면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식료품과 원자재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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