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묘하다. 금융은 칼 끝 하나 들어갈 틈 없는 약속의 시장이다. 100만원 빌려 10원만 이자를 못 내도 연체다. 금융엔 원칙과 기본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원칙과 기본은 잣대이고 그물코다. 일종의 기준이다. 기준이 흔들리면 혼란이 온다. 사람들은 어디에 중심을 맞춰야 할지 헷갈린다. 누구나 불만스럽고 보는 사람마다 짜증스럽다. 여론이 험악해진다. 요즘 저축은행 사태가 꼭 그렇게 흘러간다. 금융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금융당국은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권 투자자 구제 방안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부산저축은행과 그 계열의 다른 저축은행들로부터 후순위채권을 사면서 예금보호가 되는 일반 예금상품인 것처럼 속아 샀다는 걸 증명하면 일반채권으로 전환해준다는 것이다. 이들이 일부 구제되면 후순위채권을 보유하는 것보다 투자액을 보전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후순위채권은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닌 데다 5년 장기이고 명칭 그대로 자금회수 순위도 가장 뒷자리인 고위험-고수익 상품이다. 그래서 금리가 다른 예금에 비해 높다. 그걸 가진 사람들이 일반채권자들의 몫을 나눠갖게 되는 것이다. 음식은 그대로인데 숫가락 놓는 사람이 많아지는 셈이다. 그럼 몫이 줄어들 일반채권자들은 가만히 있을까? 금융당국은 한술 더 떠 후순위채권 투자자의 소송비용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분쟁조정과정에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조정안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소송으로 갈 경우에 한해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글쎄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의 조치들은 파산배당재원을 최대한 확충해 파산절차 개시 전에라도 묶인 예금을 빨리 지급(개산지급금)해주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해줄 걸 빨리 해주는 것 정도가 최선이란 얘기다. 원칙을 지키려면 그래야 한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원칙과 기준 없이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넘어 혜택까지 주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이들이 단체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점거농성의 장기화로 대출이자 수납 및 만기 연장, 재산보전 등의 관리가 중단됐고, 계약이전을 위한 재산실사와 부실 관련자의 은닉재산 환수 등 예금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업무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실사 처리가 늦어질수록 영업재개가 늦어지고 회사의 가치도 더 떨어져 결국 채권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줄어들기 때문에 다소 원칙에 벗어나더라도 빨리 처리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속내는 다른 게 아닌가 싶다. 하나같이 여의도 국회의원 특히 부산지역 의원들이 호의적으로 받아들일 조치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 역시 일종의 포퓰리즘 정책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워낙 좋지 않게 들리지만 포퓰리즘이 원래 나쁜 건 아니다. 포퓰리즘이란 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활동이다. 그건 좋은 일이다.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서구 선진국들의 수많은 복지정책들이 대부분 포퓰리즘에서 나왔다. 문제는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민심을 현혹하느냐의 여부다. 결국 어떤 포퓰리즘 정책의 좋고 나쁨은 결과를 놓고 볼 수밖에 없다. 후순위채권자 구제나 소송비용 부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금융당국은 그걸 해결하는 또 다른 방안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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