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부의 원자력 발전 부활 계획이 국민들의 반대로 백지화됐다. 앞서 독일 정부도 2022년 원전가동을 영구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유럽 내 반(反) 원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12일부터 이틀동안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정부의 원자력발전 재추진계획 법안은 94% 이상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번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약 4700만 명 가운데 57%가 투표에 참여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설립 계획이 국민투표를 통해 무산된 나라는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국민투표 직후 성명을 통해 “투표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은 명확하다”며, “정부는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 지난 25년 동안 원전 포기 정책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전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입 원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자 정부는 2008년 원전 사업 재개를 표명했다.

정부는 2014년부터 4기의 신형 원자로를 건설하고 2030년까지 원전의 비중을 25%까지 높이기로 하는 계획을 프랑스와 공동 마련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참사 이후 원전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는 지난달 원전 부활 계획을 동결한다고 밝혔으나, 야당은 국민투표 참여율을 낮추기 위한 김빼기 작전이라며 비난해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유럽에서는 이탈리아에 앞서 독일과 스위스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원전 가동을 영구히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스위스 하원은 원전 신설을 금지하고 자국내 5개소의 원전을 2034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통과시킨 바 있다.

한편 최근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이번 국민투표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되자,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원전 부활안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부결된 고위 공직자 면책법안은 선출직 고위 공직자에 대해 임기 중 재판 출석을 면제해주는 내용으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 등 4건의 재판에 계류 중인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 법안이라고 야당이 비판해왔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