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더블딥 우려속
한국은 위기 불감증 만연
반값등록금·보편적 복지
저축銀 비리·중수부 논쟁 등
정치권은 票에만 매달리고
국정 콘트롤타워마저 부재
갈짓자 정책에 국민만 피곤
풍랑 속을 항해하는 한국경제호가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미국과 중국의 불안으로 세계경제의 더블딥(이중 침체) 우려는 점점 깊어진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는 잠깐의 침체 국면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부딪혀 난파당하지 않으려면 믿음직한 선장에 경험 많은 조타수가 절실하다. 서로간 협조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선박 속 상황은 정반대다. 항해사, 갑판사, 정비사, 통신사 모두 끼리끼리 자기 살 궁리뿐이다.
대기업은 고환율 덕에 수출로 불어난 돈이 금고 안에 넉넉하다. 그런데도 납품단가 인하로 이익 불리기에 혈안이고 엉뚱하게 사무용품 공급회사까지 차려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빼앗는다. 인력난, 자금난 호소하기에만 바쁜 중소기업들은 200여개가 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신청하며 보호구역 내 인디언처럼 살아가겠다고 난리다.
운항을 총지휘하는 지휘본부인 항해실은 더 혼란스럽다. 권력기관 다툼 현상이 만연해 있다. 정권 후반기에 나타나는 폐해들이 이명박 정부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흔히 말하는 집권 4년차 증후군이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과) 교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해에는 정책 수립도 어렵고 효과도 적어 불안요인에 평상시처럼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면서 “우리의 경우 그동안의 경기부양 정책 및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올해와 내년 경제가 위험하고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에서 비롯된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정리되기는커녕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비리 의혹만 짙어진다.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검찰은 힘겨루기에만 몰두해 신뢰 못할 권력기관으로 낙인찍혔다.
이 와중에 네 탓 공방에 빠진 정치권의 관심은 온통 표밭에만 쏠린다. 내년 총선(4월)과 대선(12월)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 논쟁에 매몰돼 오히려 갈등만 조장한다. 야당은 전면투쟁의 어젠다로 활용할 태세이고, 정부여당은 제2의 촛불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여론에 편승한다. 여당은 당대표 뽑는 전당대회 선거규칙만이 최대 관심사다. 경제현안은 뒷전이다.
한국경제의 하반기를 주도하고 내년 경제 청사진의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임에도 미래를 대비하는 목소리와 움직임은 완전히 묻혀버렸다. 한국경제의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경제정책 당국자들도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분위기다. ‘상비약의 슈퍼 판매가 된다 안 된다’ 하루하루 바뀌는 게 좋은 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영학부) 교수는 “정부는 일관성 있는 정책이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포퓰리즘 식 정책을 펴지 말고 기본에 입각해 좀 더 의연하게 나가야 한다”고 전제하고 “감세 등 여러 정책에서도 최근 흔들리는 경향이 있는데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향후 경제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이후 한국경제호의 앞길은 혼란의 연속이다. 곳곳에 기관 고장으로 엔진이 꺼지기 일보직전이다.
치솟는 물가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저축은행 PF 문제로 불거진 금융시장 불안은 이미 실물경제 침체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숫자로는 성장하고 있다지만 고물가로 집집마다 쓸 돈(가처분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집 잡혀 빌린 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장사가 안 돼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내는 자영업자가 곳곳에 나타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반짝 성장의 과실을 구경도 못해보고 다시 경기침체의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몇몇 대기업과 특정 업종의 수출로 근근이 버텨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수출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국내외적으로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불안에 가계의 금융부담이 겹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거시경제 펀더멘털의 건전성을 확보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창훈ㆍ하남현 기자/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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