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그리스 비극

파국은 막았지만 더 깊어진 상처

유로존 ‘개미와 베짱이’ 그 앞날은

실제로 지난달 중순 그리스 채무 조정에 대한 주장을 독일이 굽히지 않으면서 17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추가 지원이 무산되자 피치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했고 무디스와 S&P는 이탈리아와 벨기에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시켜버렸다.

결국 독일이 채무조정 방안을 양보하고 추가 지원만 해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이 그리스 채무가 동유럽에 대한 국채만기 연장방식 해결책인 이른바 빈 이니셔티브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발언을 하자 다음날인 6월 1일 이번엔 무디스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정크 본드수준인 Caa1으로 3단계 깎아버렸다. 금융시장의 채권자들은 보유국채 가치에 손실을 가져오는 채무 축소 조정에 반대하는 것이다.

결국 그리스는 채무를 유로존에 금융불안을 야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이뤄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유로존 해법 붕괴 혹은 통합=일부 경제학자는 때문에 그리스가 유로존에 존속하는 것보다 탈퇴해서 과거의 드라크마 통화로 홀로서기가 낫다고 지적한다. 그리스는 유로존 통합 이래 급속한 노동비용 증가로 산업 경쟁력을 상실했다. 그리스처럼 자국 통화가치가 원래 서유럽보다 낮았던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유로존 통합 이래 경쟁력을 상실하고 고실업에 신음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차라리 유로존에서 탈퇴해 자국 통화를 나라 수준에 맞춰 저평가시켜서 이를 바탕으로 수출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제를 재건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한 번 통합돼서 굴러가고 있는 통화를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3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번 사태가 유로존의 문제 때문에 빚어진 일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유로존의 통합 강화를 시사했다. 같은 날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단일 통화에 단일 중앙은행을 가진 유로가 이제 단일 재정부를 창설해 각국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하고 회원국의 차입과 지출에 대해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의 통합을 심화시켜 그리스와 같은 재정 낭비 국가들을 유로존 차원에서 관리하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앞서 이미 ECB가 제출한 유로존 개혁안도 아직 EU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단일 통화는 이뤄냈지만 정치와 예산 집행은 각 나라의 정부들이 독립해서 이행하는 한 유로존에는 그리스 같은 베짱이가 독일 같은 개미를 우려먹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게 서유럽 채권 국가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존 출범의 최대 수혜자는 유럽 산업을 장악하게 된 독일이라면서 독일에 밀려 산업경쟁력을 상실한 나라들 역시 피해자라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고지희 기자/jgo@heraldm.com

돈 쏟아부은 PIG…재정 위기는 ING…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 지원 현황

유로존 채무위기로 지금까지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곳은 소위 ‘PIG’로 불리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3개국이다.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의 채무위기가 가시지 않았다는 경고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 3국의 난관이 향후에도 지속돼 유로존 중심 국가들의 재정 개선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제기됐다.

◆P(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세번째로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다.

지난 5월 16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및 유로화 미사용 10개국 재무장관은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들 유럽 재무장관들은 금융 위기를 맞고 있는 포르투갈에 780억유로를 3년 프로그램으로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 프로그램을 EU와 IMF가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의견일치를 봤다.

78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중 520억유로는 EU가, 나머지 260억유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부담키로 했다. EU가 부담하는 520억유로 중 절반(260억유로)은 공동체 운영 기금인 유럽재정안정 메커니즘(EFSM)이 맡고, 나머지 절반은 유럽 재정안정기금(EFSF)이 부담하게 된다.

◆I(아일랜드) 지난 2010년 11월 28일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EU 집행위원회(EC), 국제통화기금(IMF) 및 유럽중앙은행(ECB)이 아일랜드 정부와 협상해 마련한 850억유로(약 130조 원)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승인했다.

전체 850억유로 가운데 675억유로는 EU와 IMF가 지원하고 나머지 175억 유로는 아일랜드 정부 자체 연금 기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당시 구제금융 금리는 그리스의 5.2%를 웃도는 연평균 5.8%로 정해졌으며, 총 850억유로의 구제금융 중 350억유로는 파산 위기에 처한 아일랜드 은행들에 투입하고 나머지 500억유로는 정부 재정에 쓰이도록 했다.

◆G(그리스) 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지난 2010년 5월 EU 및 IMF는 향후 3년간 그리스에 총 1100억 유로(약 14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스 정부도 이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고 향후 3년간 300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감축을 달성키로 약속했다.

구제금융 패키지에 따르면 유로존 회원국들이 800억 유로를 약 5%의 금리로 지원하며, 나머지 300억 유로를 IMF가 대기성차관(SBA: Stand-By Arrangement) 형태로 지원한다.

유로존 국가 중 독일이 최대 규모인 223억 유로를 지원하며, 다음으로 프랑스가 168억 유로, 이탈리아 147억 유로, 스페인 98억 유로, 네덜란드 47억 유로, 나머지 10개국이 119억 유로를 지원한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m.com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지난해에 이어 잔인한 5월을 간신히 넘겼다.

지난 5월에 불거진 그리스 추가 지원 여부를 놓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과 유럽연합(EU)이 다시 한 번 홍역을 치른 끝에 그리스에 오는 2014년 중반까지 국가부도(디폴트) 사태를 막을 추가 금융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지난해 5월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수혈받은 지 1년 만에 다시 유럽에 도미노 부도 위기 악몽을 되풀이했다. IMF가 6월 말에 1100억유로 구제금융의 5차분 120억유로를 지급하지 않으면 국가 부도위기에 몰리는 그리스 정부는 통신회사, 항공, 수도회사 등 국영기업까지 매각키로 하고 추가 지원해 주지 않으면 유로화를 탈퇴하겠다고 매달린 끝에 EU로부터 추가 금융을 얻어냈다.

파국은 또다시 막았지만 상처는 더 깊어졌다. 그리스는 유로 사상 최대 규모인 1100억유로를 받고도 내년도 국채 만기 도래 물량도 못 막을 정도로 상환 능력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허리띠를 조이는 긴축 재정정책을 폈지만 경제 성장은 계속 마이너스이다. ▶도표 참조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추가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결국 빚잔치를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지난해 이어 이번 5월에 또다시 반복된 EU 수뇌부의 정치적 리더십 부재,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유럽 재정위기의 전염성 등이 확인되면서 유로 단일 통화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채무 축소조정해야 하는 그리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일 현재 그리스는 독일 금융기관에 총 190억유로, 프랑스에 150억유로 등 외국에 총 500억유로, 국내에서 500억유로, 총 1000억유로의 공공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올해 국채 만기 물량만 350억유로에 달한다. 그리스가 향후 4년간 국유재산을 계획대로 다 팔아도 500억유로 정도를 마련할 수 있고 추가 긴축으로 올해 65억유로 정도를 절감할 수 있지만 오는 2014년까지 해마다 300억유로 규모의 빚을 갚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그리스가 유로존이라는 17개국 단일통화시스템의 일원이라는 점이다.

지난달에 유로존 최대 경제 대국이자 돈줄인 독일은 이번에 그리스의 채무를 축소재조정(리스트럭처링)하거나 채권자들에 대한 자발적인 보유 채권만기 연기(소프트 리프로파일링)를 통해 그리스의 빚을 줄여야 근본적인 해결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채무 조정은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금융시장의 패닉을 가져와 바로 유로존 다른 나라에 금융위기를 일으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월가의 신용평가사들은 그리스가 빚잔치하면 바로 부도처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무디스는 그리스가 채무조정을 시도하면 유로존에 연쇄 부도 위기를 몰고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