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단죄-정적제거 악용?
캐비넷 수사-성역존재 반증?
총장 직할대-무죄양산 헛점?
국민 움직일 개혁안 내놔야
검사도 많은데, 대검 중앙수사부가 뭐기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중수부 폐지 방침을 밝히자 검찰이 수사 일시휴업과 비상대기 조치를 취할 정도로 반발했다. 청와대가 폐지 불가를 선언하자 야당은 청와대가 검찰을 수렴청정하면서 밀거래하고 있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낸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가해자를 단죄하고 있는 중수부의 폐지는 안 된다면서 서명운동에 들어갔고, 당초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던 한나라당은 “국회가 청와대 의견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며 한발 빼는 분위기다.
국민들은 거악 척결을 원하면서도, 검찰이 깨끗하고 양심을 갖추기를 바란다. 5각5색인 작금의 논란이 정치권과 청와대 등 이른바 성층권에서는 정치적 셈법에 따라 진행될지 몰라도, 국민들 사이에는 수사하는 자가 ‘된 사람’인지를 따지는 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 셈법은 국민만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한번 불려가면 다시는 나오기 어렵다는 대검 중수부의 성과는 때론 국민의 박수를 받았고, 때론 ‘정치적 표적수사’ ‘무리한 기소’라는 질책을 받았다. 박수의 기준은 성역이 있었는가였다. 현직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그의 아들을 구속하고, 통치권자의 측근을 강도 높게 단죄하던 때 박수를 받았지만, 집권세력의 정적 제거용으로 수사가 악용될 때 여지 없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 1999년, 2003년, 2009년, 2011년 등 네 차례나 존폐의 기로에 섰던 것은 이 때문이다.
중수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검찰총장 직할 수사대이다. 주로 청와대와 검찰총장의 하명사건을 수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보고 라인’이 대통령-민정수석-검찰총장-중수부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사진의 양심과 객관적 태도는 어느 직역보다 중시된다. 국민의 지지 속에 중수부가 존재하기 위한 제1의 전제조건이다. ‘라인’ 때문에 단죄하고 싶은 거악만을 ‘골라’ 수사할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처단할 거악을 선택한다는 것은 성역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이스’ 검사들을 골라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수사하는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존치론을 뒷받침하려면 ‘캐비닛’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 캐비닛에 존안자료를 묵혀뒀다가 일정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필요할 때 빼먹는 관행을 버리고, 수사첩보 인지때 즉시 수사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수부 존치의 제2 조건이다.
‘하명(下命)’의 맹점은 정치권력에의 예속 외에 부실 수사라는 모습으로 현실화하기도 한다. 수사 기법과 전략에 대한 연구개발(R&D) 없이 밀어붙이기만 하는 관행을 버리는 것은 중수부 존치의 제3 조건이다. 베테랑 수사통이 모였으면 더욱 치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전 정권을 겨냥한 듯한 인상을 줬던 김현미 전 민주당 의원의 금품수수 혐의, 조풍언 씨의 김우중 씨 구명로비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한국석유공사ㆍ중부발전ㆍ군인공제회 등 공기업 비리 혐의, 외환은행 헐값매각 등도 줄줄이 무죄였다. 국정원장을 지낸 전직 베테랑 검사는 “요즘 후배 검사들 말만 많았지, 수사기법 개발과 증거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2009년 리얼미터 조사 결과 중수부 폐지를 원하는 국민(47.2%)이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33.4%)보다 많았다는 점은 그간 난맥상도 적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일본 내 거악을 소탕하고 있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ㆍ금융조사부 등이 건재함에도 중수부를 존치하고 싶거든 검찰은 환골탈태해야 한다. 그랜저 받고 스폰서 접대 받고, 수사시기 조절하고, 수사대상 간택하는 검사한테 수사받는 비리정치인이 자신을 죄인이라 시인하겠는가.
중수부 운영 및 검찰수사 개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방안을 내놓은 뒤 존치를 주장한다면 국민들 역시 외면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함영훈 선임기자/ 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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