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을 맞아 근교의 휴양림을 찾아본다. 짧은 시간이나마 숲을 거닐다 보니 몸과 마음이 싱그러워지는 것 같다. 그러나 울창한 숲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산업 생태계를 연상하는 걸 보면, 경영일상에서 벗어나기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숲이 건강해지려면 어린 싹이 움터 묘목이 되고 성장을 거듭해 거목으로 잘 자라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수령과 수종의 나무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산업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산업 생태계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수준으로 창업해 중소기업으로 그리고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가운데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은 우려스럽다. 작은 상점에서 출발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기업 분포 역시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과 소수의 대기업으로 나뉘어져 있다. 산업생태계의 성장판이 닫혀 중견기업이 취약한 호리병형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분화된 구조 속에서 중견기업은 설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중견기업의 수는 약 1200여개로, 전체 기업의 0.04% 정도에 불과하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련법이 없어 정책적으로 지원 받을 근거를 갖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3월 중견기업 육성 및 지원 근거를 담은 산업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특히 올해부터 2020년까지 세계적 중견기업 육성을 목표로 ‘월드클래스 300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다양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KOTRA 등도 금융ㆍ마케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사회가 중견기업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기존 중견기업은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산업발전법 개정에 따라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신규로 중견기업으로 진입한 곳은 최대 5년간 조세ㆍ금융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기존 중견기업은 이같은 혜택에서 제외됐다. 유관기관의 지원 또한 신규 중견기업의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규 중견기업의 육성 못지않게 기존 중견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견기업을 대기업과 동일하게 봐 규제를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공공입찰제한, 지주회사 관련규제 등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만든 규제가 중견기업을 옥죄고 있다. 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중견기업에 대한 개념 정의는 됐지만, 아직 갈길은 멀어 보인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중견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중견기업 스스로의 노력이 더해질 때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중견기업은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연구개발(R&D)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내수 의존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새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중견기업은 산업의 허리다.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중기 간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면서 성장 연결고리 역할을 할때 국내산업 생태계는 더 건강해지고, 우리경제도 튼튼하게 성장할 것이다.
